은하고another

은하고another 15화 - 진퇴양난

김끼정 2025. 10. 13. 03:20

본 소설은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의 초고입니다.

따라서,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의 설정 및 전개 방식에 있어 상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를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 바랍니다.

현재 연재 중인 소설은 노벨피아에서 열람 가능합니다.




우리들은 남동진 내무장관에게 스캐빈저 해적의 좌표계를 건네받아 곧바로 스캐빈저 해적에게로 향했다.

스캐빈저 해적.
각종 약취와 약탈을 일삼으며 이득을 얻는 스캐빈저 해적의 입장에서는 칼란드 행성의 전쟁을 가속시키는 편이 이득이었을 것이다.

항상 전쟁이 일어나면, 이를 통해 이득을 보려고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현재 스캐빈저 해적의 좌표는 우주정거장에 찍혀있다. 아마, 상대의 귀중품을 갈취하는 스캐빈저 해적단의 특성을 고려해본다면 그들은 우주 정거장의 우주선을 훔쳐 달아날 계획인 듯 하다.

아무튼 핵심은 스캐빈저 해적이 우주선을 훔쳐 달아나기 전에 재빨리 녀석을 검거해야한다는 것.


“우주 정거장에 도착하자마자 각자 흩어져서 스캐빈저 해적을 수색한다.”

“두 명씩 짝지어서 수색하는 편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 혼자서 우주해적을 상대하는 건 대장정도가 아니면 좀 힘들텐데…”

내가 작전 회의를 하던 도중, 은마루가 이견을 제시해왔다.

은마루의 의견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었다. 남동진 내무장관에게 듣기로는, 스캐빈저 해적은 수많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다니며 약탈을 일삼는다고 한다.

다시 말해, 앞선 우주해적들과의 싸움과 달리 수적 열세의 조건에서 맞붙는다는 이야기다.

그런 상황에서 뿔뿔이 흩어져 다 대 일의 싸움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면 스캐빈저 해적과의 결전은 꽤나 난전이 될 것이다.


“그 녀석들의 입장에서는 이 우주 정거장에 오래 머무를 수록 손해야. 우리를 마주한다고 해도 도망치기에 급급하겠지.”

“그렇다는 이야기는…”

“기각. 우주 정거장에서는 넷이 뿔뿔이 흩어져 수색한다. 이견은 받지 않아.”


하지만 그 다음의 미래를, 이번 시도에서의 죽음을 상정하고 본다면 이 결정이 더 낫다.

한 번도 죽지 않고 우주해적을 잡는다는 건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그렇다면 차라리 죽을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적의 위치 먼저 파악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나도 제안할 부분이 있는데 말야.”

은마루에 이어서, 선창 또한 의견을 제시해왔다.


“내 아바타와의 동기화를 푼다면 내 몸과 아바타, 총 두 개의 시각으로 탐색을 할 수 있을 거야.”

“뭐야, 그러니까… 너 혼자 두 명분의 역할을 하겠다고?”

선창은 자신의 아바타(인간 형태의 몸)와 진짜 몸(새 형태의 몸), 총 두 가지의 몸을 지니고 있다.

확실히 두 개의 몸을 활용하면 조사를 하기에는 편하겠지만……


“정말로 괜찮은거야? 혹시 몸에 무리가 가거나, 그런 건 없는거지?”

“응. 단지 너무 거리가 먼 상태로 3시간쯤 지나면 연결이 끊길 뿐이야. 게다가 두 개의 시야를 번갈아 보는 건 이미 숙련된 상태고.”

“아니… 그 상태로 뛰어다니기까지 해야하는데?”

“아바타의 부담과 육체의 부담은 별개의 문제라서 괜찮아. 여차하면 아바타 쪽의 연결을 끊으면 되고.”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뭐, 인원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그렇게 하자.”

우주 정거장에 거의 도착할 즈음에, 마지막으로 우롄이 질문해왔다.

“짐작하고 있는 바가 있긴 하지만, 스캐빈저 해적을 발견했을 때의 연락 수단은……”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거 맞아.”


크루원들이 원할 때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와주는 홀로그램의 바디를 지닌 우주선의 오퍼레이터.


“음냐… 좀 더 자고싶었는데…”


유루미가, 이번 작전에서 우리들의 연락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



“어… 그러니까… D-35구역 F열 통로 앞, 스캐빈저 해적 잔당 발견했어!”

스캐빈저 해적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은마루였다.

녹색 로브를 둘러쓴, 누가봐도 수상해보이는 일당 여럿이서 분주하게 어딘가로 향하려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은마루는 곧장 유루미를 불러 자신의 현재 위치를 크루원들에게 공유하고 응전 태세를 갖춰 전투에 임할 준비를 했다.


‘대장은 조금 기다렸다 진입하라고 했지만, 그 잠깐동안 놓쳐버릴 것 같으니까…!!’


뒤이어 [에너지볼건]으로 주위에 에너지볼을 생성한 채 녹색 로브를 눌러쓴 스캐빈저 해적단의 부하들에게 달려들었다.


“오라아아아아앗!!”


[에너지볼건]은 상대를 에너지볼을 통해 타격함과 동시에 상대의 공격 및 접근을 막는 공수일체의 무기이다.

원거리 공격도 에너지볼에 의해 막혀버리고, 근거리 공격은 오히려 공격한 쪽이 에너지볼에 피해를 입는 역효과를 낳게 된다.

결과적으로 [에너지볼건]을 소유한 은마루가, 단신으로 깡패해적을 상대한 그들의 대장을 제외하고서는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은마루는 그들의 발목 정도는 붙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헥… 헥…”


제아무리 적들의 수가 많다고는 해도 에너지볼을 제때 생성할 수만 있다면 혼자만으로도 몇 명정도는 제압할 수 있어야했다.


“맞질 않아…”


허나, 무용하다.

적들에게 있어 꽤나 성가셔야할 무기인 [에너지볼건]이 전혀 공격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전에 크루원들끼리의 3:1 대련에서 그들의 대장이 했던 말이 있었다.


『네 공격은 결국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야.』


확실히 [에너지볼건]은 방어에 큰 이점을 갖지만, 단순히 몸 주위에 떠다는 에너지볼건을 생성할 뿐인 무기는 공격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외에 소지하고 있는 무기인 [멀티건]도 원거리의 적을 요격한다기 보다는 근거리의 적에게 보다 더 피해를 입히는 용도 뿐.

즉, 적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면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

“대장이랑 애들이 올 때까지 한 명도 처리 못한 건 좀 체면 상하는데…”


적들은 조용히 은마루를 응시했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알고있는 것이다. 섣불리 가까이 갔다간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은마루 비기…!!”

“......”

“하는 척 그냥 펀치!!”


은마루가 녹색 로브를 쓴 무리들에게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주위에 두른 에너지볼과 함께 몸을 날리는… 척하며 몸을 틀어 조무래기 한 명만을 노리고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은마루의 힘껏 뻗어나간 손은 무언가를 강타할 때 나는 마찰음을 내긴 커녕 그저 아무것도 없는 허공만을 휘저을 뿐이었다.


“또… 사라졌어?”


분명 내지른 주먹은 녀석들의 코앞까지 뻗어나갔다. 하지만 주먹이 닿으려는 그 찰나에 녀석들은 시야 밖에서 사라져 이내 모습을 감췄다.

아무리 돌진해 공격을 난타해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한 심정으로 이리저리 총을 쏴대도 공격이 맞기 직전, 쥐 죽은 듯 사라져 없어졌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할 줄 아는 듯이.


“뭐야, 너희들. 왜 아직도 여기에 머물러 있는거야!”


그 때, 초록 로브를 뒤집어쓴 인파 사이에서 눈에 띄는 까마귀 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인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그들과 동일한 색상의 녹색 망토를 뒤집어쓰고 여러 동물들의 뼈 장식을 몸에 두른 상태로 은마루의 앞에 섰다.


“아하, 과연. 이 녀석한테 발목을 잡혔던 건가.”


은마루를 심드렁한 표정으로 응시하는 이 남자가 바로 스캐빈저 해적단의 리더, 스캐빈저 해적 편준범이었다.

그는 가볍게 자신의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역수로 치켜들었다. 그러고는 눈 깜짝할 새에 은마루의 배후로 이동해 날카로운 검날을 가져다댔다.

하지만 은마루에게 근접 공격은 효과가 없다. 에너지볼로 주위를 두르고 있는 동안은 공격의 위협에서 벗어난 상태이다. 단검을 이용한 공격따위는, 에너지볼에 집어삼켜져 사라지고 만다.


“헹! 에너지볼의 방어를 뚫고 날 맞추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걸!”

“멍청한 놈. 자신의 약점조차 모르는 꼴이구나.”


은마루의 자신만만한 선언에도 편준범은 아무런 심적인 미동도 없었다.

그에게 있어 은마루는 그저, 자신을 안전한 상태라고 착각하는 나약한 사냥감일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네 발 아래에까지 그 잘난 에너지볼은 없겠지.”

애초부터 단검의 공격이 주가 아니었다는 듯, 편준범은 빠르게 등에 달고다니던 작살을 꺼내들어 있는 힘껏 바닥에 내려찍었다.

그리고, 은마루의 발 아래에서 편준범이 내려꽂은 작살이 튀어올라 은마루의 몸을 꿰뚫었다.


푸슉-!!


작살은, 정확하게 심장을 찔렀다.



***



작살에 꿰뚫린 채 온몸을 난도질당해 공허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헬멧의 소년의 시체를, 남자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동료였던 이의 목숨을 무자비하게 앗아간 그들의 모습은, 이미 저 멀리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운명이 그에게 속삭인다.
‘다시 시작하자’라고.

그러자 남자는 밀려오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고는 앞을 향해 나아간다.



***



“D-35구역 F열 통로 앞, 그곳에 스캐빈저 해적이 있어.”


그는 과거로 되돌아오자마자, 그 즉시 유루미를 불러 스캐빈저 해적들의 위치를 크루원들에게 공유했다.


“하암…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는거야…?”

“감.”

유루미가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해왔지만, 대충 대답하고는 외워뒀던 경로를 되새기며 그들이 위치한 곳을 향해 달려갔다.

무성의한 내 대답에 유루미 또한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크루원들에게 소식을 알리러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유루미가 사라지고 몇 분을 달렸을까, 스캐빈저 해적의 잔당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었다.


“방금 전의 빚을 청산할 시간이다, 좀도둑.”


지잉-

나는 제일 먼저 [레이저건]을 검처럼 들고 초록빛 광선으로 이루어진 검격을 녀석들에게 크게 한 방 먹여줬다.

적어도 서너 명쯤은 일격에 베었을 강력한 일검.
허나, 무용하다.

공격이 닿기 직전에, 그들은 녹색 로브를 휘날리며 모습을 감췄다.


‘이건 순간이동인가…?’


단 한 합의 공격만으로, 그는 어렴풋이나마 그들의 능력을 알아낼 수 있었다.

스캐빈저 해적의 잔당들은 전부, 순간이동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확실히 꽤나 까다롭다.
순간이동의 능력을 지닌 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물론, 그건 너희들도 마찬가지지.”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나만 하겠는가.

그들은 순간이동을 통해 나를 상대로 육탄전을 시도하려는 모양이었지만, 당연하게도 내가 쉽사리 허용해주지 않았다.

무한한 시간동안 갈무리된 내 반사 신경은, 단순한 육탄전만으로는 상대하기 몹시 까다롭다.

그것이 설령 다수의 상대라고 해도.



“뭐야, 너희들. 왜 아직도 여기에 머물러 있는거야!”


그렇게 끝나지 않는 공방전을 이어나가던 도중, 한 사내가 그들의 인파를 밀쳐내며 난폭하게 등장했다.

물을 것도 없이, 스캐빈저 해적단의 리더인 모양이었다.


“네 이름부터 묻지. 명성이 자자하신 스캐빈저 해적단의 두목 나으리.”

“크큭. 재밌는 녀석이군. 뭐, 어차피 내 손에 죽을 녀석이니 그정도 부탁쯤은 들어주지. 스캐빈저 해적단의 편준범이다.”

우선 가벼운 통성명부터다.
앞으로 지긋지긋하게 볼 상대이니, 이름정도는 알고가는 편이 낫다.


“그러는 너는, 이름이 어떻게 되지?”

“나는……”


탕-!!


기습적으로 [스나이퍼건]을 꺼내 녀석의 머리를 노렸다. 워낙 행동이 빨랐고, 반응할 만한 속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스캐빈저 해적의 위상이 허상은 아니었는지 편준범은 [스나이퍼건]의 총탄을 가볍게 고개를 기울여 피했다.

[스나이퍼건]의 탄환은 편준범을 비껴나가 미처 반응하지 못한 부하 하나의 머리를 단번에 꿰뚫었다.


“아까워라, 좀만 더 있었어도 네 얼굴에 또다른 구멍이 생겼을텐데 말야.”

“비겁하게 짝이없군. 통성명 중에 기습이라니, 내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라도 당했겠어.”

“깡패해적 녀석처럼 이런 비겁한 방식에 딴지거려는 건 아니겠지?”

“설마. 우리들은 남의 것을 약탈하고 갈취하는 집단이다. 이런 비겁하고 야비한 짓거리는 얼마든지 환영이야.”


편준범은 두 팔을 옆으로 뻗어 사악한 미소를 실컷 드러냈다.


“여럿이서 다구리를 까는 비겁하고 야비한 놈들한테 그런 평가를 받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

“허. 자신이 궁지에 몰린 쥐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군.”

“그래? 난 안 그래 보이는데. 이걸 맞고도 네가 그런 말이 나올까?”


나는 아공간에서 검날과 총구가 붙어있는, 검과 총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무기인 [소드건]을 꺼내들었다. 이전에 바바나 행성에서 받은 답례품이었다.

은마루의 몸에 꽂혀있던 작살과 베어진 상처를 봐서는, 녀석은 단거리 공격이 주일 것이다. 그의 공격 패턴 확인을 위해 나는 [소드건]을 치켜든 채로 달려들었다.

이에 편준범은 노련한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단검을 역수로 치켜들어 맞응수했다.

검술 실력으로는 당연히 내가 한 수 아래다. 나는 그저 만화에서 보던 움직임을 토대로 검술 비스무리한 흉내를 냈을 뿐인 반면, 녀석은 몇 년간의 노략질로 검술에 꽤나 숙련된 실력을 지녔을 터다.

이런 훤히 보이는 전력 차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면승부를 거는 이유는.


“지금이야! 공격해!”


애초에 정면승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캐빈저 해적단의 인파 사이에서 나타난 것은 편준범뿐만이 아니었다.

적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유루미 또한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유루미는 들키지 않고 바디랭귀지를 통해 한 가지 정보만을 내게 전달했다.


‘크루원들 전투 준비 완료.’


전투 준비 OK.
크루원들의 도착을 알리는 신호였다.


“미안하지만, 나도 혼자 온게 아니라고?”


나를 향해 날아든 단검을 선창이 [호밍건]을 통해 저격했다.

이후 추가타를 날리려던 편준범을 [에너지볼건]의 에너지볼으로 무장한 은마루가 막아냈다.

새로운 적들의 등장에 어리둥절하던 스캐빈저 해적단의 잔당들을 우롄이 [펄스그레네이드건]으로 일망타진 했다.


“자, 본인이 궁지에 몰린 쥐라는 걸 모르는 쥐새끼씨? 이제 어쩔 생각이지?”


적절한 때에 등장한 동료들 덕분에, 편준범을 포위하는 데 성공했다.
승기는 단숨에 기울었다.


“크흐흐흐흐흐… 그래, 발목을 잡힌 시점부터 또 다른 동료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부터 상정해야 했는데 말이지.”


그럼에도 편준범의 얼굴에는 여전히 사악한 미소가 가실 생각을 않는다.
우리들따윈 언제든지 짓밟을 수 있다는 듯 가소롭게 웃으며.


“그럼에도, 궁지에 몰려있는 쥐새끼는 네놈들을 말하는 것이다.”


꾹.


주머니에서 빨간 버튼이 달린 리모컨을 꺼내들어 즉시 버튼을 눌렀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우왁?!”

“갑작스런… 지진?”


편준범이 버튼을 누른 순간부터, 우주 정거장 전체가 거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원인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정거장 자체를 폭발시키려는 셈인가…!!”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폭발음이 우주 정거장을 메웠다. 방금 편준범이 누른 버튼은 기폭장치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러면 너도 좋은 꼴은 못 볼텐데?”

“무슨 소리, 이미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나?”


편준범은 씨익하는 조소를 지어내보이며, 스캐빈저 해적 무리에 파고들었다.


“우리들의 ‘순간이동’ 능력을 말이다.”


그러고는 한순간에 모습을 감춰 사라졌다.

스캐빈저 해적의 무리가 지닌 순간이동 능력. 우주 정거장 전역에 폭탄을 설치하고, 본인들은 순간이동 능력을 활용해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이다.

결국 폭탄이 기폭하고 있는 정거장에 남아있던 것은 우리들 뿐이었다.


“당했나.”


우주 정거장의 내부는 계속해서 설치된 폭탄에 의해 붕괴하고 있었다.

죽음의 이명을 담은 폭발음은 점점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어디론가 피할 새도 없이, 우리들은 연쇄 폭발에 휘말려 생을 마감했다.



***



애초부터 싸움은 성립하지 않았던 것이다.
수의 문제가 아닌 장소의 문제 때문에.

녀석은 완벽하게 우리들을 궁지로 몰아넣어 한번에 일망타진 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만큼 우주 정거장을 통째로 폭파시키는 행동은 꽤나 과감했다.

허나, 녀석이 아무리 나를 궁지로 몰아넣어도 내게는 얼마든지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


“좋아, 다시 해보자고.”


마지막으로 궁지에 빠져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누구인지.


“루미야, 다른 애들에게 얼른 우주선으로 모이라고 해줘.”


제대로 각인시켜주마…!!



***



“우주 정거장 전체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응. 애초부터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우린 함정에 걸려든 거였어.”

곧바로 크루원들 전원이 도착하자마자 우주선을 타고 우주정거장에서 벗어났다.

우주 정거장 전역에 폭탄이 깔린 이상, 그 안에서 스캐빈저 해적을 잡으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일단 다시 스캐빈저 해적단의 좌표계를 확인해 안전하게 우주선을 타고 재추적하는거다.

우주 정거장에서 멀리 떨어져 다시 무기를 가다듬고 있던 그 때였다.



“그래, 이 우주선이 가장 쓸만해 보였다 이거지.”

갑작스럽게, 우리들의 뒤에서 스캐빈저 해적, 편준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
“엣.”
“…어?”

나를 포함한 크루원들 전원이 당황했지만, 바로 코앞에 나타난 적을 빠르게 요격할 기회를 놓칠 정도는 아니었다.

곧바로 [스나이퍼건]을 들어 녀석의 머리를 향해 탄환을 날렸다.


탕-!!


편준범은 이런 기습적인 공격 또한 가뿐히 피해냈다.

물론 녀석이 회피할 걸 상정한 공격이다. 나는 곧바로 [소드건]을 꺼내들어 ‘건’ 부분으로 탄환을 날려 후속타를 노렸다.

하지만 후속타마저도, 녀석은 단검을 역수로 치켜들고 빠르게 베어냈다.

여기까지도, 상정 내의 공격이다.


“이건 못 피할걸!”
“타겟, 지정 완료.”
“여긴 우리 우주선이야.”


편준범의 스피드는 우리들을 가볍게 능가하는 수준이다. 공격을 맞출 수 있을 거라곤 기대도 안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스피드가 빠르더라도 퇴로를 막는다면 피할 수 없다.


편준범의 앞쪽에는 [소드건]을 들고 달려든 내가 막고있고,
그 양 옆에는 각각 [샷건]을 든 우롄과 [에너지볼건]을 은마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뒤쪽에는 [호밍건]을 들고 날아오른 선창이 천장에서 저격하고 있다.

잠시라도 머뭇거리는 순간, 네 명의 협공을 맛보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그야말로 편준범에게 있어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이거, 제법인걸.”


하지만 이번에도, 편준범은 뭐가 그리도 웃긴지 실컷 사악한 웃음을 내지었다.


“너희들, 내가 혼자 온 것처럼 보이나?”


올라간 입꼬리로 꺼낸 편준범의 말에, 나는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편준범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잠깐 한 눈 팔려서 깨닫지 못한 사실, 스캐빈저 해적단의 부하들이 보이지 않는다.

굳이 적진에 파고들 것이라면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진입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여차할 때 도망갈 수 있는 순간이동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의견에 뒷받침한다.

즉, 편준범은 이곳에 혼자 온 것이 아니다. 필시 자신의 동료들과 같이 진입했을 터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이 지금 보이지 않는 이유는……


“내 동료들이 벌써 폭탄 설치를 완료했다는군.”


우주 정거장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우주선 또한 터트려버리기 위해서였다.


“꽤나 쓸만 해보이는 우주선인데, 아쉽게 됐어. 목격자의 제거가 우선이니까.”


편준범은 실컷 우리들에게 조소를 내비치고는, 기폭 장치의 버튼을 누르고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이런 씨-”


발.
우주선에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



“이런 씨발적인 개새끼들을 봤나!!!”


우주선도 안전하지가 않다고?
애초에 우주 정거장을 떠났는데도 우리쪽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거였냐?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는거냐고.

머리가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든지 갑작스럽게 나타나 폭발을 일으키고 유유히 사라지는, 그 미친 짓거리는 도저히 간단히 막을 수 없는 행위다.


우주 정거장에 가만히 있어도 녀석들이 미리 설치해둔 폭탄에 휘말려 죽는다.
그렇다고 우주선을 타고 우주 정거장을 벗어나도 멋대로 폭탄을 설치하는 바람에 죽는다.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함정에 어느새 말려들고 만 것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어울리는 처지다.


“아니, 어떻게든 찾아낸다.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만약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나는 또 다시 그 지옥으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그렇게는 절대 둘 수 없다.


“궁지에 빠진 쥐는 고양이도 문다고, 도둑놈의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