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의 초고입니다.
따라서,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의 설정 및 전개 방식에 있어 상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를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 바랍니다.
현재 연재 중인 소설은 노벨피아에서 열람 가능합니다.
“유루미를, 버린다.”
갑작스러운 통보.
나는 그녀를 이 우주 정거장에 버리겠다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꺼냈다.
“엥?! 대장! 지금 루미를 버리겠다는거야?!”
“루미를 버리겠다는 건 우리들의 우주선도 두고가겠다는 이야기?”
“전혀, 이해할 수 없네.”
크루원들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장본인, 유루미는 그저 졸린 눈을 손으로 비비면서 내 말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응… 무슨 이유가 있는거겠지…?”
“어… 응. 말하자면 길어.”
“그럼 그렇게 해… 난 한숨 자고 있을테니까.”
“고마워.”
유루미는 간단히 내 말을 수용하고는, 홀로그램 상태를 종료하고 잠에 들었다.
이걸로, 당분간은 유루미를 불러내는 기능은 사용할 수 없겠지.
나는 일단 크루원들을 이끌고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크루원들이 궁금해했던 우주선을 버리는 이유에 관해서 답해주었다.
“우리의 우주선은 조만간 스캐빈저 해적에게 뺏길 예정이야.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우주선에 탔다가는 위험해질 수 있어.”
우리들의 우주선과 유루미를 버리겠다는 과감한 행동을 감행한 이유는, 이 뒤에 있을 편준범의 하이재킹(Hijacking)에 대응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 우주선이 가장 쓸만해 보였다 이거지.』
『꽤나 쓸만 해보이는 우주선인데, 아쉽게 됐어. 목격자의 제거가 우선이니까.』
편준범의 대사를 떠올려보면, 스캐빈저 해적단의 목적은 우주 정거장에서 쓸만해 보이는 우주선을 훔치고, 이 과정에서 조우한 목격자는 전원 제거하는 것이다.
다만 재수없게도, 우리의 우주선은 스캐빈저 해적단이 훔칠 ‘쓸만해 보이는 우주선’의 조건에 부합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편준범이 우주선을 훔치려고 진입한 도중, 그 안의 목격자를 발견하고 우주선을 폭발시키고 도주했다.
대충 이런 식의 이야기다.
일단 유루미의 비행선을 녀석들이 훔칠 예정이라면, 과감하게 버리는 게 맞다.
단순히 훔친다고만 했으니, 유루미나 우리들의 우주선이 위험할 일도 없다.
오히려, 위험한 건 우리다.
유루미의 비행선 없이 폭탄이 설치된 우주 정거장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써 생각해낸 것이…
“우리는 유루미의 우주선 대신, 우주 정거장에 있는 우주선을 타고 스캐빈저 해적단을 추격한다.”
이 우주 정거장에 널려있는 게 우주선들이다. 굳이 우리들의 우주선을 타고 갈 필요는 없다.
이 우주 정거장에는 일정량의 캐피를 지불하고 우주선을 대여할 수 있는 시설이 존재한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 탑재되어있는 구식 우주선일 뿐이지만, 녀석들을 추격하는 데에는 손색이 없다.
우주선을 조종하는 방법 또한 문제 없다. 아무리 한 가지 일에 능숙하지 못한 천치(天癡)라고 해도 천 번정도 넘게 반복하고 나면 요령이 생기는 법이다. 경험담이다.
“출발한다.”
공간이라고는 조종석에 있는 네 개의 좌석뿐인 비좁은 우주선에 크루원들을 꾸역꾸역 태웠다.
나는 네 명이 전부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거침없이 우주선의 엔진을 작동시켰다.
“최대 속력으로 갈 테니까, 정신 꽉 붙잡고 있어.”
***
“이 몸의 아지트에 제 발로 찾아오다니, 정말로 환영한다. 침입자들.”
편준범은 두 팔을 벌리면서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우리들을 맞이했다.
“이렇게 환대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네. 그 답례로 이 끔찍한 삶의 종지부를 찍어주도록 할까.”
“크크큭… 이 많은 쪽수에도 굴하지 않는 건가. 정말이지, 당돌하기 짝이 없군.”
우리들을 압도하는 적들의 수에도 불구하고, 압도되기는 커녕 전의가 차오른다. 이 정도의 위협에 굴하기에는 이미 넘어온 사선이 많다.
“뭐, 동료들과 협동해서 너희들을 제거할 수야 있겠지만… 그래선 재미가 없지.”
“용건만 말해라.”
“싸우는 건 나뿐이다. 오랜만에 놀아보자고.”
“사람 죽이는 게 그리 즐겁냐. 난 매순간이 거지 같은데 말이지.”
편준범은 자신의 등에 있는 작살을 꺼내들어 바닥을 향해 내리찍었다.
작살이 꽂힘과 동시에 바닥에서 수 백개의 작살로 이루어진 창살이 솟아오르며 우리들을 가두는 일종의 울타리가 형성되었다.
얼핏 보면 깡패해적과 싸웠었던 결투장의 링과 흡사했다.
“자, 간다.”
“23…”
휙-
내가 숫자를 제대로 세기도 전에, 편준범은 자신의 망토를 휘날리며 모습을 감췄다.
녀석의 특기, 순간이동이다.
그대로 내 코앞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편준범은 역수로 쥔 단검을 나를 향해 내질렀다.
그런 날렵한 움직임을 순간이동을 눈으로 쫓기에는 무리다. 범인이었다면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일격에 저지당했을 터인 공격이다.
하지만, 그 공격의 타격점을 특정해낼 수만 있다면.
‘목.’
팅-!!
“눈으로 보지도 않고, 막아…?”
보지 않고도 손쉽게 막아낼 수 있다.
인지를 넘어선, 예지의 감각이다.
순간이동으로 순식간에 날아들어 내 목을 베려던 단검은 [소드건]으로 있는 힘껏 내쳐져 바닥을 굴렀다.
허나, 편준범은 공격이 한 번 막혔다고 당황해 그 다음의 기회를 놓칠 인간이 아니었다. 공격이 막힌 순간 곧바로 품속에서 수리검 두 개를 꺼내 투척했다.
당연히, 이것도 반응할 수 있다. [소드건]을 든 손을 그대로 움직여 [소드건]의 칼등으로 표창을 밀어냈다.
캉-!!
“제법…”
“말할 여유 있냐?”
나는 아공간에서 꺼낸 [스나이퍼건]을 왼손에 쥐고, 그대로 날아든 편준범을 향해 탄환을 발사했다.
탕-!!
전장에 격발음이 울려퍼졌지만, 녀석의 비명은 들려오지 않았다. 순간이동으로 간단히 회피한 것이다.
순간이동.
가장 골치 아픈 능력이다.
기습 공격, 회피 기동, 무기 강탈 등. 정말 만능으로 사용 가능한 사기적인 기술.
녀석에겐 순간이동을 사용한 이후 5초간은 사용 불가라는 패널티가 있는 듯 하지만, 단순히 연속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정도뿐이지 골치 아픈건 매한가지다.
결국 이 싸움을 성립시키려면.
“작전대로 간다.”
“ “ “응!” ” ”
녀석의 순간이동 능력을 ‘제거’해야한다.
부웅-
전위를 맡은 은마루가 에너지볼을 두르고 편준범의 앞을 막아섰다.
은마루의 [에너지볼건]은 몸 주위를 도는 에너지볼들의 철통방어선을 뚫지 못한다면 타격을 줄 수 없다.
그렇다고 단순히 공격을 쏘아내기에는 웬만한 공격들은 에너지볼에 집어 삼켜진다.
[에너지볼건]의 방어선을 뚫어낼 방법은 세 가지다.
1. 에너지볼의 위력을 상회하는 힘으로 공격을 가하거나.
2. 탄환이 바닥날 때까지 무수히 많은 공격을 퍼붓거나.
“막아서지 마라. 건방진 놈!”
3. 에너지볼이 미처 막아내지 못하는, 상단 혹은 하단을 노리거나.
바닥에 작살을 꽂아 은마루의 발 밑에서 솟아오르게끔 하는 편준범은, 세 번째 방법을 택한 것이다.
푸슉-!
애석하게도, 작살은 은마루가 아닌 허공을 찌를 뿐이었다.
크루원들에게 편준범의 공격 패턴과 이에 대한 작전은 이미 우주선 안에서 일러뒀다. 숙지하고 있는 공격 패턴에는 더 이상 당할 일이 없다.
은마루는 계속해서 편준범을 향해 돌진했고, 편준범은 바닥에 꽂았던 작살을 다시 치켜들어 후방의 있는 크루원들을 노렸다.
훅-
단순히 날아오는 작살에 맞을 리 없는 크루원들은 신발의 부스터를 활용해 공중으로 도약하며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노린 편준범은 날아든 작살을 순간이동으로 단번에 캐치해 도약한 크루원들을 향해 다시 던졌다.
후욱-
순간이동을 이용한 2연속 작살 투척 공격이었다.
“타겟, 요격 완료.”
그리고, 이 패턴 또한 마찬가지로 크루원들은 숙지하고 있는 상태다.
미리 [호밍건]의 방아쇠를 쥐고 있던 선창은 작살이 한 번 더 날아드는 즉시, 미사일로 자신을 향하는 작살을 격추시켰다.
매우 변칙적인 공격마저 여유롭게 대처하는 우리를 보며 편준범은 이를 갈았다.
녀석은 품에서 두 개의 작살을 꺼내고는, 바닥에 착지하려는 크루원들을 저지하기 위해 한 번 더 두 작살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탕탕-!!
“안 되지.”
바닥에서 솟아오른 작살이 크루원들의 몸을 관통하려던 그 때, 내가 꺼낸 [더블건]의 빠른 2연속 공격을 통해 작살들을 반파시켰다.
편준범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단검을 휘둘러 우롄의 목을 노렸다.
우롄은 이에 당황하지 않은 채, 목을 향해 날아든 단검을 [샷건]의 충격파로 튕겨냈다.
편준범의 맹공은 여전히 이어진다.
품속에서 꺼낸 수리검들을 공중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주위에 있는 크루원들을 향해 투척했다.
슈슈슈슈슈슈슈슈슛-
각자의 방법으로 날아든 수리검을 막아내고 있던 도중, 편준범이 버럭 화를 내며 지시했다.
“뭣들 해! 빨리 작살 들고 튀어나와!!”
전장 밖에서 구경만 하고있던 스캐빈저 해적단 부하들의 합세. 이제부터는 녀석들의 지원 공격도 유의해서 피해야 한다.
편준범의 지시를 들은 부하들은 곧바로 작살을 하나둘씩 꺼내들어 전장을 향해 투척했다.
쏟아지는 비처럼, 한줄기의 투창 세례가 창공을 메우며 쏟아졌다.
“미안한데, 비는 질색이라서.”
그 때, 우롄이 [펄스그레네이드건]을 꺼내 하늘을 향해 거대 수류탄을 소환한다.
하늘에 유유히 떠있는 상태로 미약한 파동을 뿜어대던 수류탄은 이내 찰나의 섬광과 함께 하늘을 한순간에 붉게 물들였다.
투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강한 폭발의 반동으로 흩뿌려진 연기가 잠깐동안 편준범의 시야를 가렸다.
이 순간만을 노렸다.
나는 다리에 온 힘을 주고 스프린터(Sprinter)처럼, 한순간에 폭발적인 속도를 냈다.
타다다닷-!!
있는 힘껏 정신이 팔린 편준범을 향해, 내달렸다.
편준범은 자신의 빠른 움직임을 바탕으로 역수로 쥔 단검을 휘두르거나, 품안에서 수리검을 투척하거나, 작살을 꺼내들어 바닥에서 솟아오르게끔 한다.
그리고 그의 공격에 변칙성과 위험성을 더해주는 순간이동 능력은 적의 공격을 가볍게 회피하거나, 기습적이고 변칙적인 공격으로 적을 당황시키는 등, 전투에서 여러 이점을 얻게 한다.
‘그런 편준범의 전투력을 단번에 감소시킬 방법이 있을까?’
그 답은 이미 내가 여태껏 써왔던 물건에 있었다.
여태까지 나는 ‘이것’을 단순히 우주해적을 이송하는 데에만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철컥-
두 잠금쇠가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여태까지 우주해적들을 이송하는 데에 사용해왔던 범죄자용 수갑이, 성공적으로 편준범에 손에 고정되었다.
우주해적들은 정신만 차린다면 언제든지 다시 위험한 행동을 벌일지 모르는 시한폭탄들과 같다. 그런 녀석들을 맨몸으로 이송하기에는 목숨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사용하고 있는 수갑에는 특별한 기능들이 내장되어 있다.
우주방위군 호출.
착용자의 신체 능력 약화.
그리고.
“어디 또 그 잘난 순간이동 해보시지, 할 수 있다면.”
기술 또는 능력 무력화.
이제 녀석의 ‘순간이동’은 사용할 수 없다.
“이건… 특수한 수갑인가.”
“그래, 너 같은 범죄자 새끼 잡으라고 만든 거.”
게다가 편준범은 수갑으로 ‘두 손이 묶인’ 상태이다. 순간이동뿐만 아니라 주요 공격인 단검 공격, 표창 투척, 작살 꽂기 또한 봉인이다.
이제 녀석은 그저 팔이 잘린 채로 도망만 칠 수 있는 사냥감이나 다름 없었다.
“좋아, 이제 쓰러트리기만 하면…”
푸슉-
“어?”
그의 몸에 꽂힌 작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 했다.
일격에 그의 몸을 관통한 작살 공격은, 두 팔이 묶인 편준범이 할 수 있는 공격은 아니었다.
공격한 건, 제 3자들이었다.
작살로 된 울타리 밖에서 그들의 싸움을 방관만 하고 있었던 스캐빈저 해적단의 부하들이었다.
“잠깐, 너희들. 어째서 내 싸움에 끼어든거지…? 난 아직 더 싸울 수……”
푸슉-
“익… 이어어아아아아아아아???!!”
무어라 이의를 제기하려던 편준범의 몸마저, 자신이 주로 사용하던 작살에 의해 새빨간 선혈로 물들었다.
그의 혀는 작살에 관통당해 비명을 노래했고, 그의 몸은 이리저리 발버둥치다 금방 추욱-하고 늘어졌다.
저승사자가 이르기를, 죽음이었다.
갑작스럽게 자신들의 대장과 그들의 대장을 찔러죽인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정도로, 크루원들의 생각은 깊이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들에게도 자비 없는 작살 세례가 퍼부어졌기 때문이었다. 그 어떤 피할 공간조차 없이 높게 솟아오른 작살들은 크루원들 전원의 목숨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스캐빈저 해적단의 부하들은 웃는지도 슬퍼하는지도 모르는 얼굴,
배틀로이드의 얼굴을 한 채로 작살에 꿰뚫린 시체들을 가만히 응시했다.
***
“허억… 헉…”
내게 악몽은 없었다.
지금 주어진 현실만이 악몽일 뿐.
237번의 죽음 끝에도 이 악몽에서 깨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악몽은 내게 속삭인다.
‘다시 시작하자’라고.
끝 없이 속삭이는 악몽은 나를 옥죄고, 온데 간데 없는 내 영혼은 고요히 메아리친다.
“유루미, 할 말이 있어.”
그래.
이 빌어먹을 운명에 대한 이야기다.
***
“이 몸의 아지트에 제 발로 찾아오다니, 정말로 환영한다. 침입자.”
편준범은 두 팔을 벌리면서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나를 맞이했다.
“……”
“크크큭… 이 많은 쪽수에 압도당한 건가. 뭐, 그럴만 하지.”
날 압도하는 것은 너희가 아니다.
기고만장하기는.
“뭐, 동료들과 협동해서 네 녀석을 제거할 수야 있겠지만… 그래선 재미가 없지.”
“……”
“자, 전장을 따로 만들어주지. 이걸로 우리는 1:1 싸움을 벌이는거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침입자인데 쪽수로 밀어붙이는 건 좀 제미가 없을 것 같거든.”
녀석의 목소리가 시끄럽다.
몇 번이고 들어왔던 대사가 계속해서 아른거린다.
“자, 간다.”
“……”
날아든 단검을 막아내는 것으로, 싸움은 다시……
“……1237.”
다시, 시작된다.
첫 번째 패턴.
순간이동, 단검, 수리검, 순간이동.
단순한 간보기일 뿐인 공격이다. 이후 몰아치는 공격에 비하면, 쉬어가는 시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간단히 [소드건]으로 쳐내고 다음을 준비한다.
“보지도 않고, 공격을 전부 쳐낸다라…”
두 번째 패턴.
작살, 단검, 수리검, 작살, 단검, 순간이동.
바닥에서 솟아오른 작살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몸을 틀어 피한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달려들어 목을 노리는 단검을 [소드건]의 총 부분으로 요격한다.
공격이 막혔음에도 굴하지 않은 채 편준범이 품속에서 꺼낸 수리검을 [소드건]의 검 부분으로 전부 쳐낸다.
그 사이에 솟아오른 작살을 빼내 다시 투척하는 편준범의 투창을 고개를 숙여 피한다.
이어서 다시 단검을 치켜들고, 덤벼오는 편준범의 질주를 손에 들린 [허리케인건]을 던져 저지한다.
날아든 [허리케인건]을 확인한 편준범은 역시나 순간이동으로 가볍게 회피한다.
“이거, 제법인걸! 우리 스캐빈저…”
“거절한다.”
자신의 해적단에 들어오라는 편준범의 제의를 칼 같이 쳐낸다.
제의를 받는다해도, 죽는 것은 매한가지다.
“아쉽게 됐어, 그럼 여기서 죽는 수 밖에.”
세 번째 패턴.
단검, 순간이동, 단검, 단검, 순간이동, 단검, 단검, 단검, 순간이동, 단검, 수리검.
빠른 돌격과 함께 이어지는 하단 베기. 피했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된다. 곧바로 순간이동으로 목을 노린다.
목을 노리는 참수를 [소드건]으로 쳐내면, 두 팔을 절단시키는 후속타가 이어서 들어온다. 아공간 포탈을 열어 일시적으로 참격을 방어한다.
그 다음 순간이동하는 위치는 위다. 내 머리 위에서 내리꽂히는 일격은, [레이저건]의 레이저로 상쇄시킨다.
레이저 세례가 꽂히는 동안 녀석은 단검을 투척하고.
날아든 단검을 가까스로 [소드건]으로 비껴쳐내면.
녀석은 다시 투척했던 단검을 잡아들어 빠르게 휘두르고.
엄습하는 검격을 [소드건]의 날을 갖다대어 막아내면.
녀석은 순간이동으로 한순간에 배후를 파고들고.
배후의 공격을 보지도 않고 [소드건]으로 저지하면.
녀석은 수리검을 내 심장을 노리고 품에서 집어던진다.
그 수리검을 마지막으로 쳐내면, 세 번째 공격 패턴은 종료다.
“후…”
“뭣들 해! 빨리 작살 들고 튀어나와!!”
편준범이 부하들에게 호령하는 것으로, 이제 지원 사격까지 공격에 더해진다.
아니, 더해졌을 터였다.
“어이! 너희들!! 뭐하고 있는…”
편준범의 지원 요청에도 부하들은 응할 생각도 없었다. 그야, 내 크루원들이 녀석들을 전심전력으로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딜, 우리 대장을!”
“완벽한 타이밍.”
“여긴 못 지나가.”
[에너지볼건]을 쥔 은마루를 필두로 부하들을 막아선 크루원들이 탄환을 쏘아대며 녀석들의 투창을 방해했다.
연이은 전투 동안 부하들의 개입이 점차 까다로워지자, 그냥 아예 크루원들에게 맡겨버린 것이다. 편준범은 나 혼자서도 상대가 가능하니까.
“크윽…!! 동료가 있었나!”
적당히 놀다가 쓰러뜨릴 생각이었던 편준범은 예상치 못한 습격에 진심을 다하기 시작한다.
“일단 네 녀석부터 빠르게 제거해야겠군…!!”
오른손에 역수로 들린 단검을 강하게 쥐고, 자신의 녹색 망토를 휘날리며 내 앞으로 순식간에 순간이동했다.
네 번째 패턴.
순간이동, 단검, 단검, 작살, 단검, 수리검, 작살, 순간이동, 단검, 수리검, 작살, 단검, 순간이동, 수리검, 작살, 단검, 순간이동, 단검, 작살, 작살, 작살, 순간이동, 단검, 수리검, 수리검, 작살, 단검, 순간이동.
이제 편준범의 공격을 [소드건]으로 맞받아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녀석이 폭발적으로 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제아무리 공격이 가해지는 타격점을 찾아낸다 해도, [소드건]으로 일일이 받아칠 신체 능력이 내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이, 하나의 실패는 또 다른 성공의 불씨를 타오르게 한다.
나는 [소드건]을 아공간에 집어넣고, 또 다른 무기를 집어들어 순간 날아든 참격에 대응했다.
투앙-!!
꺼낸 것은 플러그인 [분노의 펀치]를 장착한 [샷건]이다.
플러그인 [분노의 펀치].
효과는 장착한 무기로 공격하면 입힌 피해에 비례해 공격 대상을 일정거리 밀쳐낸다.
1:1 상황에서만 사용 가능.
적의 연격을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공격 간격에 흠집을 낸다.
투앙-! 투앙-!
끊임없이 쏟아지는 연격에 찰나의 틈을 낸다. [분노의 펀치]의 효과로 조금씩 밀려나는 편준범의 공격 속도는 미약하게나마 느려졌다.
단검 공격은 [샷건]의 충격파로 쳐내고, 작살 공격은 [소드건]으로 베어내고, 수리검 공격은 내가 일일이 몸을 비틀어 피한다.
집중.
집중하자.
잡념은 버린다.
닳고 닳은 끝에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승리.
그 단 하나의 미래를 향해서.
눈 앞에 죽음을 두고, 태연하게 몸을 움직인다.
날카롭게 벼려낸 단검.
쳐낸다.
곧게 뻗어오르는 작살.
끊어낸다.
빠르게 회전하는 수리검.
피해낸다.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내가 죽거나, 녀석이 쓰러질 때까지.
몸을 뒤튼다.
팔을 내지른다.
허리를 꺾는다.
다리를 박찬다.
목을 젖힌다.
몸이 불타오른다.
뇌가 과열해간다.
의식이 흐릿해진다.
정신이 침전해간다.
의지가 박약해진다.
사고가 희미해져간다.
정신이 타들어간다.
달아오른 몸으로도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는지.
아니면 닳아 무너진 정신 때문에 막을 수 없었던 것인지.
미처 막아내지 못한 칼날이 목을 향했다. 승리를 예감한 편준범이 짙게 미소짓는다.
목이 잘리는 감각이 한없이 생생하다. 몇 백 번이고 단칼에 베여진 목은 여전히 쇠약하기만 하다.
“이젠 질릴 정도다.”
허나, 타격점을 특정해낼 수만 있다면.
“목.”
움직이지 않고도 막아낼 수 있다.
인지를 넘어선, 예지의 감각.
손에 쥐어진 [샷건]을 자신을 향해 겨누고 발사한다. [분노의 펀치]의 공격 대상이 꼭 적이라는 법은 없다.
즉, 밀치는 대상이 설령 나일지라도 효과는 발동한다는 것이다.
[샷건]의 공격은 확실히 아프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적어도 한 대정도는 버틸 수 있다.
편준범의 칼날이 내 목을 노리는 것보다 먼저, [샷건]이 나를 뒤로 밀치는 속도가 더 빨랐다.
“뻔해.”
공격에 실패했다는 것은, 상대에게 틈을 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 틈을 노리고 손에 쥔 두 무기, [샷건]과 [소드건]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을 시도한다.
쭉 뻗은 팔로 [소드건]을 편준범을 향해 겨누고, 반대쪽 손으로 그 뒤에 [샷건]을 갖다댄다.
[샷건]의 충격파에 플러그인 [분노의 펀치]를 효과를 더한 밀치기 공격. 그 대상은 손에 쥔 [소드건]이다.
투웅-!!
타앙-!!
활시위를 당기듯이 방아쇠를 당기자, [분노의 펀치]의 가속을 받은 [소드건]이 화살과 같은 모습으로 편준범을 향해 날아간다.
날아간 [소드건]의 검날이 편준범의 머리를 노린다. 이에 편준범이 취할 행동은 한 가지뿐이었다.
[소드건]이 머리를 관통하기 전에, 순간이동으로 회피하는 것.
편준범의 순간이동 위치는, 현재 위치로부터 오른쪽 10m 거리.
타격점을 특정해낼 수만 있다면.
즉, 예지의 감각을 이용하면.
“말했잖아, 뻔하다고.”
순간이동할 위치를 미리 읽어낼 수 있다.
다시 말해, 순간이동한 편준범의 허를 찌를 수 있다.
편준범이 고속으로 날아든 [소드건]을 순간이동을 피해내는 동안, 나는 녀석이 순간이동할 위치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이동을 마친 편준범과 매우 근접한 거리에서.
녀석이 반응할 새도 없이.
철컥-
녀석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시야를 가리고 수갑을 채웠던 이전의 수법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녀석의 손에 수갑을 채워 녀석의 능력을 봉인시켰다.
이제 나를 괴롭혔던 순간이동도, 단검도, 수리검도, 작살도, 전부 봉인이다.
“......이런!!”
그러나, 편준범이 무방비한 상태가 되었다고 방심해서는 안된다. 아직 스캐빈저 해적단의 부하들이 남았다.
지금은 크루원들이 열심히 상대하고는 있지만, 순간이동 능력을 가진 녀석들의 특성상,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천 번 넘게 도전해 적을 쓰러뜨린 쾌감은 여전히 내 머리를 어질렀다.
“후… 이제 얼마 안남았다.”
일단 편준범이 작살로 만들어놓은 울타리에서 탈출하는 데에 여념한다.
높이는 대략 15m쯤. 점프는 커녕, 신발의 부스터를 활용해도 넘어서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편준범이 알아서 해제해주면 좋으련만, 당연히 적인 그의 입장에서는 나 좋을 일을 해줄리가 없다.
그래서 편법을 쓰고자 한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엉겨붙는…!!”
나는 편준범의 등을 꽉 끌어안은 채 [샷건]에 장착되어 있는 플러그인, [분노의 펀치]를 빼냈다.
그리고, [분노의 펀치]를 내가 지닌 무기들 중 가장 화력이 강한 [스나이퍼건]에 장착했다.
“이거 놔!!”
편준범이 강하게 저항하며 내 손을 깨물고, 머리를 들이박았다.
그런 녀석의 방해를 받으면서, 나는 [스나이퍼건]의 총구를 편준범의 턱에 들이댔다.
===
[분노의 펀치]
공격에 피격된 물체를 멀리 밀어냅니다. 밀어내는 거리는 물체에 가한 피해에 비례해 증가합니다.
===
플러그인 [분노의 펀치]의 적을 밀쳐내는 강도는 무기의 위력에 비례한다.
[샷건]에 장착했을 때는 몸이 조금 밀려나는 정도였다면, [스나이퍼건]의 경우에는 어떨까.
“좀 자라.”
탕-!!
편준범의 턱에 정확하게 명중한 탄환은 [분노의 펀치]의 효과를 받아 그대로 편준범의 몸을 공중으로 밀어냈다.
녀석의 몸을 붙잡고 있던 나 또한, 덩달아 하늘로 끌려올라갔다.
[분노의 펀치]의 효과를 직빵으로 받아 그대로 하늘 높이 밀쳐진 덕에, 작살로 된 울타리쯤은 수월하게 뛰어넘을 수 있었다.
공중에서 [스나이퍼건]에 기절한 편준범을 발로 차 내팽겨치고, 신발의 부스터를 활용해 안전하게 바닥으로 착지했다.
쿵-!!!
편준범이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스캐빈저 해적의 부하들과 크루원들이 싸우고 있는 전장에 내가 참전했다.
“아니, 스캐빈저 해적의 부하들은 틀린 말인가.”
이미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지만, 스캐빈저 해적의 부하들은 자신들의 대장을 작살로 관통시켜 죽인 적이 있었다.
“너희, 저 녀석을 죽이려는 속셈이지?”
그 때, 편준범의 순간이동 능력이 사라지자마자, 녀석들은 재빨리 움직여 그를 제거했다. 물론 우리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지만.
“어째서 너희들의 대장을 죽이려는 거지?”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다.
애초에 저들은 아무런 감정 없이 주어진 행동을 이행하는 기계-배틀로이드-일 뿐이었으니.
「대장이라니, 웃기는군.」
그래서, 내게 대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
“…!!”
「애초에 저 쓰레기는 내가 임의로 고용했을 뿐인 존재이고, 저 녀석의 동료들조차도 내가 제공한 것이다.」
“편준범의 동료들은 다 네가 제공한 배틀로이드였다는 건가?”
「그렇다. 하지만 그 잘난 은하고 크루에게조차 발목을 잡히는 걸 보니, 역시 천한 쓰레기를 고용하는 게 아니었는데.」
아무런 감정의 기조도 없이 대화하는 상대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어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네 목적이 뭐지? 칼란드 행성에 폭탄이라도 떨구고 싶은거냐?”
「흐음… 내 정체를 알고 있는건가?」
“내 질문에 대답이나 하시지, 연방의원 퀸.”
「하하하하…!! 재밌구나. 그래, 그정도는 대답해줄 수 있지.」
연방의원 퀸의 목적은 칼란드 행성의 전쟁을 가속화하려는 목적일 터.
스캐빈저 해적을 고용하여 은하연방의회를 중단시키고, 자원회사가 폭탄을 보낸 것마냥 속여 전쟁의 불씨를 타오르게 한 원흉이 있다고 한다면.
그 정체는 당연히 연방의원 퀸, 그녀일 것이다.
자신의 정체를 들킨 퀸은 호탕하게 웃으며 사악한 본색을 드러냈다.
「나는 칼란드 행성의 멸망을 원한다. 칼란드 행성에는 정말 유용한 것들이 많거든. 그것들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전쟁을 일으키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지.」
“하하… 연방의원이 그런 말 해도 되는거냐? 내가 퍼트리고 다니면 어쩌려고.”
「어차피 너희들은 죽을 거니까, 상관 없지 않겠어?」
“뭐?”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어디선가 강렬한 진동음이 들려왔다. 지진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거센 진동음은 하늘에서,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 쓸모를 다하지 못한 쓰레기는 필요 없다. 그래서 오늘 제거하려던 참이었는데, 우연히도 너희들이 와버렸지 뭐니.」
“잠깐, 너 이 자식 설마…”
「최시라 연방의원과 함께 하고있다는 게 조금 거슬리거든. 너희들은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추락하고 있었다.
주위를 거대한 그림자로 뒤덮은 그 무언가는, 맹렬한 기세로 우리들을 향해 질주하는 중이었다.
스캐빈저 해적에 의해 빼앗긴, 우리들의 우주선이었다.
“우주선을 빼앗아서… 이런 데에 사용할 예정이었나…!!”
「활활 타오른 채로 추락하는 우주선… 지구에서 운석 충돌을 겪은 너에게는 익숙한 환경이겠군.」
퀸은 운석에 이어 추락하는 우주선에 죽을 위기에 처한 내 처지를 조롱했다.
“이런 개새끼를 봤나…!!”
「이번에도 살아남는다면 특별히 인정해주지 , 지구인.」
빼앗긴 우주선은 지면에 추락하여 어마무시한 폭발과 함께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소년은 절규했다.
천 번도 넘게 죽어가며 겨우 따낸 승리가, 한 사람의 악의에 의해서 무참하게 깨져버렸다.
악의에 의해 감겨진 시계바늘은 삐걱거리는 톱니바퀴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의 안에서 몸부림치는 고요한 메아리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간절히 소원하던 평화롭고 행복하던 일상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움직여라.
지금 당장 스스로의 목을 졸라라.
그렇게, 운명이 내게 속삭인다.
다시 시작하자.
***
배틀로이드들의 행동 원칙은 간단하다.
‘주인의 명령을 따른다’.
편준범은 자신의 명령을 따르는 배틀로이드 부하들의 주인이 자신이라고 생각했지만, 애석하게도 편준범이 그들의 주인이었던 적은 없었다.
그들은 단지 ‘또 다른 지시가 있을 때까지 스캐빈저 해적의 지시를 따를 것.’이라는 퀸의 명령을 따를 뿐이었다.
그리고 편준범에게 추격자가 붙자마자, 마치 꼬리자르기를 하듯이 퀸에게서 스캐빈저 해적을 제거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스캐빈저 해적단이 우주선을 훔치는 과정에서, 훔친 우주선을 임의로 탈취해 스캐빈저 해적의 아지트에 들이 박을 것.
배틀로이드들은 아무 말 없이 주어진 명령만을 따른다.
우주선을 훔치고, 아지트에 들이박는다.
오직 그 뿐이다.
그 우주선에 남아있는 크루원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로.
“남의 우주선을 훔치려 한 괴한들, 검거.”
새의 형태를 띄고 있는 그는, 자신의 무기를 조준하고 우주선을 훔치려던 배틀로이드들에게 탄환을 쏘았다.
***
슈우우우우우우우-
바닥을 향해 급격한 속도로 낙하하던 우주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속도를 줄이고 스캐빈저 해적의 아지트에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1631.”
정말, 빌어먹게도 오래 걸렸던 스캐빈저 해적과의 결전도 드디어 끝이다.
“진짜… 끝이야…”
정말,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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