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의 초고입니다.
따라서,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의 설정 및 전개 방식에 있어 상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를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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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나는 항상 자신이 죽은 횟수를 세며 전투를 시작한다.
그것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나의 고통을 오로지 나만이라도 온전히 기억하기 위한 헤아림이자, 기필코 다음 시도에는 우주해적들을 전부 멸해버리겠다는 의지를 담은 외침이다.
총 세 번에 걸친 우주해적과의 전투에서 나는 단 한 번도 죽지 않아본 적이 없었다.
새 모형에 배가 뚫리고, 발차기 한 방에 장기가 파열되고, 적에게 감금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에는 어떤 죽음이 나를 반겨줄지, 정말로 기대된다.
이번 상대는 마그넷 해적, 마그넷레드 연선우와 마그넷블루 안보영의 듀오로 구성된 우주해적들이다.
특징은 지들끼리 염장질을 해대는 탓에 보기만 해도 정신공격이 디폴트값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우리 보영자기는 편히 쉬고있어. 침입자들은 내가 처리하고 올게."
"안돼! 우리 선우자기가 다치는 꼴은 절대 못봐!"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인걸. 우리 보영자기가 침입자들에게 손 하나라도 닿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어머, 선우자기♥︎"
"보영자기♥︎"
자기자기는 무슨.
가지가지한다, 진짜로.
나는 [스나이퍼건]의 총신을 마그넷해적 중 남자, 연선우의 머리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은 정확하게 마그넷해적의 머리를 향해 뻗어나갔다.
지잉-!
"아무리 보영자기라도, 양보해줄 수 없어. 이게 다 보영자기를 위한거니까."
그러나 뻗어나간 탄환이 마그넷해적의 주위를 감싸고있는 전기 자기장에 부딪혀 흔적도 없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아무래도 저 자기장 때문에, 공격이 효과가 없는 모양인데."
"젠장, 저거 뚫을 수 있는 거 뭐 없냐?"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전자 배리어(barrier)였다.
즉, 저 전자 배리어를 뚫어내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유의미한 데미지를 줄 수 없음을 의미했다.
"자석의 매력에 매혹되어 이곳까지 온 방해꾼들이여, 밀고당기는 자석지옥에서 끝없이 헤엄쳐라!"
"자석의 매력은 뭔… 너 이과지."
아까의 서로 꽁냥꽁냥하던 느끼하고 소름끼치는 목소리와는 다른, 불온전하게 진동하는 목소리로 연선우가 소리쳤다.
안보영은 시야 밖으로 사라지고, 연선우는 전장에 남아 우리들을 노려보며 오른팔을 뻗었다.
그의 오른팔에 채워진 팔찌가 붉게 빛나며 주변을 향해 강한 전기를 발산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우리를 향해 달려와 오른손으로 곡선을 그리며 휘둘렀다.
퉁-!
연선우의 공격이 나에게로 쇄도했다. 그 즉시 [스나이퍼건]으로 몸을 방어했지만.
"커윽…!!"
연선우의 오른손에 채워진 팔찌가 주변의 전기를 흡수하며 붉은 섬광의 충격파를 일으켜 나를 밀쳐냈다.
밀려난 나는 순식간에 중심을 잃었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연선우가 달려들어 또 다시 나에게 오른팔을 내질렀다.
"은마루 비기 제 6형! 방심하고 있을때 기습 박치기!"
연선우가 오른팔을 내지르려던 찰나에, 은마루가 [에너지볼건]을 사용한 채로 몸통박치기를 시전해 막았다.
행동력 하나는 대단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됐다.
"으갸갸갸갸갸갸갸갸갹!!!!"
연선우에게는 주변을 감싼 전자 배리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대로 전기를 온몸으로 받아 은마루의 몸이 빠삭하게 구워졌다. 주변을 감싸고있던 에너지볼 역시 강한 전류에 집어삼켜졌다.
결국 은마루는 어마무시한 전류의 양으로 인해 기절했다.
은마루가 갑자기 달려들어 감전되어 쓰러지자 오히려 연선우가 당황한 표정으로 은마루를 바라보았다.
내가 은마루를 데리고 도망치려고 하니, 연선우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곤 다시 나와 은마루를 향해 오른손을 휘둘렀다.
또 다시 팔찌가 붉게 빛나며 주변에서 강한 전기가 일렁였다.
현재 우리가 싸우고 있는 장소는 동서남북이 낭떠러지로, 자칫하다간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나와 은마루는 지금 그 낭떠러지 근처에 거의 다다른 상태이다.
즉, 저 충격파에 맞고 밀려난다면 끝이다.
그냥 떨어져 죽고 다시 시작할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러지는 않기로 했다.
지금의 나에게는, 동료들이 있으니까.
"어딜."
투앙-!!
우롄이 연선우의 뒤로 빠르게 다가와 [샷건]을 손에 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샷건]의 충격파가 연선우에게 작렬했다.
나와 은마루를 공격하려던 것을 우롄에 의해 저지당하게 되자, 연선우는 우롄을 노리고 오른팔을 뒤로 휘둘러 붉은 충격파를 일으켰다.
하지만 우롄은 여유롭게 몸을 뒤로 숙여 피했고, 금세 연선우는 내가 아닌 우롄의 쪽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한 표정을 하며 선창이 크게 우리를 향해 외쳤다.
"방금 저 녀석 샷건을 맞고 조금 휘청거렸어! [샷건]의 충격파는 자기장 안쪽에도 영향을 주는 모양이야!"
요컨대, [샷건]은 공격이 통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바로 아공간에서 [샷건]을 꺼내들어 연선우에게 시원하게 충격파를 갈겼다.
투앙-! 투앙-! 투앙-!
내가 연선우에게 공격을 내지르자, 우롄이 내 공격에 템포를 맞추며 서로 번갈아 [샷건]을 쏴댔다.
우롄이 좌측, 내가 우측을 맡아 천천히 연선우를 충격파로 밀어내며 압박했다.
연선우는 배리어 안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충격에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했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써 몸을 바닥에 웅크렸다.
그렇게 계속해서 이어지는 충격파에 연선우의 전자 배리어가 점점 불균형하게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파칭!
이내 터져버렸다.
"크윽!"
"오, 깨졌다."
"이제 뒤지게 맞아야겠지?"
배리어가 깨졌다는 의미는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스나이퍼건]의 일격을 녀석의 머리에 날릴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곧바로 [스나이퍼건]을 아공간에서 꺼내 연선우를 향해 조준했다.
훅-!!
"우리 자기 건들지마!!"
"게엑!"
그리고 나는 조준하려던 도중 갑작스럽게 등장한 또 다른 마그넷 해적, 안보영에게 배를 걷어차였다.
"아오 씨, 얼마나 세게 찬거야… 위장이 뒤틀리는 느낌이야…"
"우리 선우자기를 이런 꼴로 만들어놓다니…!!"
"쟨 배리어 때문에 멀쩡하잖아. 나는 배에 직격으로 맞았다고."
"각오해라 방해꾼들!"
"에휴… 말을 말지."
안보영이 연선우의 앞을 막으며, 왼팔에 채워진 파란 팔찌를 앞으로 뻗었다.
곧이어 뒤에 있는 연선우도 다시 자세를 잡고 일어나 오른팔에 채워진 빨간 팔찌를 앞으로 뻗었다.
"햐챠챠~ 우리 보영자기가 합류했으니."
"이제부턴 우리의 환상적인 자석 쇼의 시작이야~!!"
"밀치고!"
"당기고!"
"밀치고 당기고!"
"밀치고 당기고!"
그들의 이상한 구호와 함께 마그넷 해적, 연선우와 안보영의 합공이 시작되었다.
지이이이잉-!!
안보영의 팔찌가 푸른 빛을 일며 주변을 향해 푸른 자기장을 내뿜었다.
자기장이 내 온몸을 덮으며 시야가 온통 푸른 빛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일단 무시하기로 하고 [스나이퍼건]으로 저격을 이어가려던 차에, 안보영이 나를 향해 뻗은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내 손이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지? 나 수전증 없는데?"
"저게 푸른 빛의 효과인가?!"
시간이 지나자 아예 몸 전체가 흔들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나는 최대한 빨리 능력의 효과를 파악하려 애썼다.
'연선우는 팔찌는 붉은 빛을 내뿜어 충격파로 우리를 밀어내는 능력이었지.'
그렇다면 안보영의 팔찌는…
"당겨진다!!"
푸른 자기장 안에 있던 내 몸이 안보영이 있는 방향으로 강제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안보영은 상대를 밀어내는 연선우의 능력과는 달리 상대를 당겨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던 것이다.
그야말로 '마그넷' 해적다운 능력이었다.
내 몸이 강제로 당겨져 안보영의 코앞까지 도달했을 때, 뒤에 있던 연선우가 손을 뻗어 충격파를 냈다.
퉁-!
"커억…!!"
아까 안보영에게 발로 차인 부위를 또 맞았다. 구토감이 올라오는 것을 어떻게든 억누르며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이렇게 된거 이 상태로 공격한다!
나는 아공간에서 [레이저건]을 꺼내들어 안보영과 연선우를 향해 검처럼 휘두르려고 했다.
"어?"
하지만 허무하게도 [레이저건]이 보다 강한 힘으로 당겨지는 탓에 그만 놓쳐버리게 되었다.
자기장에 의해 안보영을 향해 빨려드는 [레이저건]을 연선우가 충격파로 밀쳐내 내 머리에 적중시켰다.
쿵-!!
나는 그대로 [레이저건]에 머리를 박았다.
머리를 얻어맞고 아파할 겨를도 없이, 안보영은 또 다시 푸른 팔찌를 빛내며 나를 끌어당겼다.
“대장!”
선창이 아바타를 조종해 [호밍건]으로 마그넷해적에게 미사일을 날려보았지만 그 역시 연선우의 붉은 팔찌에 의해 역으로 밀쳐지며 저지당했다.
우롄은 내가 휘말릴 수도 있는 [펄스그레네이드건]은 꺼내지 않고 [샷건]만을 이용해 마그넷해적을 방해해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은마루는…… 아직도 감전당한 채 드러누워있었다.
안보영의 푸른 팔찌에 의해 억지로 당겨진 나는 이어지는 연선우의 붉은 팔찌의 충격파를 직격으로 받아 날아갔다.
퉁-!!
육신이 날아가는 동안 의식은 고요히 침전되어가며, 이윽고 죽음의 구렁텅이 안으로 빠져들었다.
***
“1.”
일단 일전의 시도로 마그넷 해적의 패턴을 대강 알 수 있었다.
우선 마그넷 레드 연선우.
붉은 팔찌를 반짝이며 충격파를 내뿜어 상대를 밀쳐낸다. 또한 자신의 주위에 전자 배리어를 생성한다.
다음으로 마그넷 블루 안보영.
파란 팔찌를 반짝이며 주변을 푸른 자기장으로 뒤덮는다. 그리고 한 가지 대상을 골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다.
현재로써 생각해 볼 점은 두 가지다.
일단 우롄의 [펄스그레네이드건]은 봉인이다.
상대가 물체를 밀치고 당기는 데 특화되어있는 만큼, 수류탄을 소환했다가 역공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은마루를 살려야한다.
방금 전에는 멋대로 돌진하다 전기 배리어에 막혀 기절해 활약하지 못했지만, 은마루의 [에너지볼건]은 상대를 끌어당기는 안보영의 극카운터다.
"아무리 보영자기라도, 양보해줄 수 없어. 이게 다 보영자기를 위한거니까."
전자 배리어가 연선우의 온몸을 감쌌다. 이후 안보영이 시야 바깥으로 사라지고, 연선우의 팔찌는 붉게 빛나기 시작한다.
공격의 전조.
가볍게 피해준다.
퉁-!!
“뭣!!”
연선우는 빠른 속도로 주먹을 내질러 충격파를 발산해보았지만, 나는 가볍게 몸을 뒤로 젖혀 피하고 [샷건]을 꺼내들어 연선우의 전자 배리어를 뚫고 충격을 가했다.
투앙-! 투앙-! 투앙-!
“윽…!!”
“저 전자 배리어, [샷건]이면 통한다!!”
단순히 사실만을 나열했을 뿐이지만, 눈치가 빠른 우롄은 [샷건]을 들고 연선우에게 달려든다.
투앙-! 투앙-! 투앙-! 투앙-! 투앙-!
이전과 같은 [샷건]의 연격, 끊임없이 몰아치는 충격파에 의해 연선우의 전자 배리어는 불안하게 요동치다 제 기능을 상실하고 만다.
파칭-!
“크윽!”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이 다음은 곧바로 안보영의 스윕. 복부에 맞은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가 않는다. 집중해야 한다.
“우리 자기 건들지…”
“말라고?”
투앙-!!
나는 그대로 들고있던 [샷건]을 흥분해 달려든 안보영을 향해 조준하고 충격파를 발사했다. 안보영의 육체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꺄아악!!”
“보영자기!!!!”
공격 찬스를 놓치지 않고 안보영의 몸을 그대로 [스나이퍼건]을 저지하려던 찰나.
퉁-!!!
“우리 보영자기를…!!!”
연선우에게서 압박이 들어온다.
충격파를 발산하던 순간에만 반짝이던 팔찌가 상시로 붉게 반짝이며 강한 충격파를 내질렀다.
물론 당연히 맞아줄리 없다. 깡패해적의 발차기만 수 천 번 피한 경험이 있는 입장으로서는, 이런 공격따위 하찮을 뿐이다.
“은마루! 선창! 안보영 쪽을 맡아!”
“오케이!”
“맡겨 줘!”
나는 곧바로 크루원글에게 지시를 내렸다.
마그넷 해적이 강력한 이유는 둘의 연계 때문이다. 연선우가 밀치고, 안보영이 당기고. 죽음의 밀당을 반복하며 적을 넉다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싸움방식이다.
하지만 현재는 내 지시대로 나와 우롄이 연선우를, 은마루와 선창이 안보영을 틀어막고 있다. 서로를 떼어놓는다면 그들의 연계 또한 무용지물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각보다 쉽게 마그넷 해적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기! 일로와!”
그리고 당연히 상황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막아도 소용 없었나.”
안보영이 팔찌의 힘으로 우리들을 끌어당기는 것이 아닌, 연선우를 끌어당겼다. 안보영의 능력이 있는 한, 그들을 떼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둘을 떼어놓으려는 전제부터가 잘못됐던 것이다.
퉁-!!
죽음은 또 다시 내 품에 돌아와 내 심장을 뽑아 과거로 내던졌다.
***
“2.”
그렇다면 둘을 떼어놓는 것이 아닌 둘 중 한 명을 완전히 전투불능으로 만든다.
그 대상은 마그넷 레드, 연선우.
안보영의 끌어당기는 능력은 결국 연선우의 밀쳐내는 능력이 있기에 빛을 발하는 것이다.
연선우의 존재만 없어진다면 마그넷 해적의 토벌 난이도는 급격하게 하락한다.
“우리 자기 건들지마!!”
“게엑!”
나는 안보영에게 복부를 걷어차이면서도, [스나이퍼건]을 조준해 연선우에게 탄환을 쏘았다.
크루원들 또한 안보영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연선우를 끝내기 위해 모조리 달려들었다.
연선우는 샷건에 난타당한 탓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했고, 우리들의 공격은 성공하는 듯 보였다.
“자기야… 미안해…”
그 순간 안보영의 팔찌가 계속해서 파란 빛을 내며 방 전체를 푸른 자기장으로 빠르게 뒤덮었다.
자기장이 모든 것을 뒤덮은 일순간, 몸이 일시적으로 느려졌다.
그 후 급격한 속도로 주위에 있던 모든 것들이 안보영에게로 끌어당겨졌다.
후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쾅-!!!!
빠른 속도로 끌어당겨진 우리는 이후 강력한 충돌과 함께 온몸이 마비되었다.
좋은 소식은 방금 안보영이 사용한 기술은 정말 최후의 수단이었는지 안보영은 모두를 끌어당기는 과정에서 우리와 충돌하면서 기절했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연선우가 충돌 과정에서 팔찌의 충격파를 사용해 충돌을 피한 탓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몸이 마비되어 꼼짝도 못하고 있을 때, 연선우가 팔찌를 붉게 물들이고 주먹을 바닥에 내질렀다.
팔찌의 힘으로 연선우의 내지른 주먹에서 충격파가 발산되었다.
그 충격파는 바닥을 흐르며 우리들의 발을 강타했고, 중심을 잃고 날아간 우리들은 그대로 낭떠러지로 추락했다.
뒤이어 무언가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내 육신은 완전히 부서졌다.
***
“9.”
한 명을 전투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연선우에게 집중 공격을 한다면 안보영이 모두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강하게 충돌시킨다.
안보영에게 집중 공격을 한다면 연선우가 강력한 충격파로 모두를 전부 밀쳐내 떨어뜨린다.
총 7번의 시도 끝에 다다른 결론이다.
결국 편법따위 없다.
정공법으로 맞서야 한다.
하지만 덕분에 마그넷 해적을 이길 단서는 전부 수집했다. 남은 것은 주어진 수(手)들을 하나하나 재조립하는 것뿐.
"햐챠챠~ 우리 보영자기가 합류했으니."
"이제부턴 우리의 환상적인 자석 쇼의 시작이야~!!"
"밀치고!"
"당기고!"
"밀치고 당기고!"
"밀치고 당기고!"
안보영이 다시금 팔찌를 파랗게 물들이며 푸른 자기장으로 주위를 뒤덮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내 쪽을 향해 손을 뻗어 나를 자신에게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이대로 밀치고 당기고를 반복하면서 혼을 빼놓을 속셈이다. 당한다면 빠져나올 수 없다. 하지만 빠져나오지 못하면 죽는다.
강제로 몸이 이끌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강제로 이끌려진 몸이 밀쳐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강제로 밀쳐진 몸이 다시 이끌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적어도 내가 가진 수들만으로는 말이다.
그렇다면, 다른 크루원들의 수를 사용한다면 어떨까.
화악-!!
“크윽!!”
“선우자기야!!”
강제로 팔찌의 힘에 의해 끌려온 나를 충격파로 쳐내려던 연선우가 오히려 신음을 흘리며 손목을 부여잡았다.
그가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게 된 건, 내가 현재 손에 쥐고있는 무기 때문이었다.
“밀고 당기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는 너희들의 극카운터 무기인…”
“잠깐, 저건…”
내 손에 들려있는 무기를 확인한 크루원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뱉었다.
“은마루의…?”
“마루의…”
“[에너지볼건]이다.”
은마루의 무기, [에너지볼건].
자신의 주위에 에너지볼을 생성해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적에게 근접해 피해를 입히는 무기다.
다시 말해, 강제로 적을 자신에게로 끌고오는 마그넷 해적에게 있어서는, 몸 주위에 에너지볼을 생성해 위협하는 [에너지볼건]의 존재는 매우 위험한 무기인 것이다.
“대장이 빌려달라길래 잠깐 빌려줬어! 내 무기의 비범함을 알아본거지! 후후!”
은마루는 자신의 무기가 유용하게 쓰이는 것을 보고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은마루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다면…!!”
“얼레?”
무언가를 당기는데 특화가 되어있는 안보영에게 있어서는, 무기 하나 훔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라는 점을 말이다.
“잠깐!! 내 [에너지볼건]!!”
안보영이 손을 뻗어 [에너지볼건]을 쥔 내 오른손을 향해 힘을 주었다. 그러자 [에너지볼건]에 강한 장력이 부여되어 그만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 안보영의 방향으로 강력하게 끌어당겨졌다.
“우리 선우자기를 다치게 한 무기… 그대로 으깨주겠어!”
“안돼!!!”
은마루의 절규와 함께, 안보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날아오는 [에너지볼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럼 이것도 같이 가져가라고!”
후욱-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내가 아니었다. 나는 아공간에서 잽싸게 물건 하나를 꺼내들어 안보영의 손을 향해 던졌다.
엄밀히 따지자면 물건 하나는 아니었다. 물건 넷이라고 해야했다.
내가 던진 것은 일직선으로 레이저를 발사하는, 기계로 된 네 개의 구체. 현재는 그 기능을 상실한 [허리케인건]이었다.
“윽!!”
“위험해, 보영자기!”
안보영을 지키기 위해 연선우가 정신을 차리고 내가 던진 [허리케인건]의 두 구체를 쳐냈지만, 나머지 두 구체는 정확하게 안보영의 얼굴을 가격했다.
안보영이 타격을 받자, 팔찌의 힘이 사그라들며 끌어당겨지던 [에너지볼건]은 허공에서 장력을 잃고 그대로 바닥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으랴아아아아아아!!!”
그 [에너지볼건]을 은마루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정확하게 캐치. [에너지볼건]은 다시 제 주인의 손으로 돌아왔다.
“흑흑… 내 [에너지볼건]... 다시 돌아와줬구나…”
[에너지볼건]도 회수했고, 안보영도 머리를 맞아 마비된 상태이다. 지금이 공격하기에 가장 적기이다.
“지금이다!”
나는 [레이저건]을 꺼내들어 고열의 레이저로 요격했다.
은마루는 다시금 [에너지볼건]의 에너지볼을 두르고 달려들었다.
선창은 [호밍건]을 꺼내들어 범위 내의 적들을 향해 미사일을 퍼부었다.
우롄은 [펄스그레네이드건]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자신이 지닌 또 다른 무기인 [샷건]의 충격파를 날렸다.
“이 지독한 녀석들…!!”
하지만 연선우는 자신의 팔찌를 붉게 빛내며 충격파를 바닥으로 내려찍어 흘리면서, 우리의 합공을 전부 쳐냈다.
“우리 보영이에게는 손끝 하나도 못 댄다!!!!”
쾅-!!!
바닥에 충격파가 일으며, 발을 땅에 딛고 있던 모두는 충격파를 받아 그대로 밀려났다.
은마루는 충격파에 날아가며 바닥에 자신의 머리를 박았고.
선창은 긴급하게 공중으로 날아올랐으나 아바타와의 연결이 끊어져버렸으며.
우롄은 급한대로 [펄스그레네이드건]을 꺼내보았지만 결국엔 끝내 발사하지 못하고 밀려났다.
하지만, 나만은 멀쩡했다.
“아까 네가 그 방법으로 우릴 낭떠러지로 떨어뜨린 걸 내가 잊을 것 같냐!!”
연선우가 바닥에 주먹을 내질러 충격파를 흘리기 전에, 미리 신발의 부스터를 이용해 공중으로 도약하여 충격파에 대비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시 바닥으로 착지해 [레이저건]을 검처럼 들고 레이저로 연선우의 몸을 한 번에 절삭시키려 했다.
“하지만 나도 합세한다면 달라질걸…!!”
“......!!!”
그 때, 안보영이 정신을 차리고 팔찌를 파랗게 물들였다. 그러고는 연선우가 했던 방식과 똑같이, 주먹을 내질러 팔찌의 힘을 바닥에 흘렸다.
순식간에 바닥을 장악한 장력 때문에, 내 발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 자기야!!!”
“응, 끝장낼게!!”
다시 연선우가 팔찌를 붉게 물들이고 한 번 더 바닥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안보영이 내 발을 끌어당겨 움직임을 묶어버린 후, 다시 충격파를 바닥에 내뿜어 날려버리려는 속셈이었다.
팔찌의 힘으로 신발의 부스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직접 도약해 뛰는 것도 불가능했다. 신발을 벗어 던지기에도 이미 늦었다.
피할 수 없었다.
“선창아, 받아!!!”
하지만, 피할 필요가 없었다.
내게는 동료들이 있었으므로.
나는 충격파가 나를 날려버리기 전에, 아공간에서 [스나이퍼건]을 꺼내 위로 있는 힘껏 던졌다.
“무슨…!!”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마그넷 해적의 적을 밀고 당기는 연계를 막으려면 적어도 한 명은 팔찌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여야 했다.
그 때문에 나는 아홉 번의 죽음동안 둘 중 하나를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둘 중 한 명이라도 팔찌의 힘을 사용한다면 손쉽게 상황을 타개하고 재기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연선우가 팔찌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면 공격을 전부 밀쳐내 안보영을 지켜내면 그만이다.
안보영이 팔찌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면 크루원들을 전부 끌어당겨 동귀어진 하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다르게 생각을 해보자.
‘둘 다 팔찌의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거다.’
팔찌의 힘은 마그넷 해적이 임의로 팔찌에 힘을 불어넣어 빛을 내는 상태여야지만 발동한다.
연선우는 충격파를 낼 때마다 팔찌에 붉은 빛을, 안보영은 상대를 당겨올 때마다 팔찌에 파란 빛을 냈다.
힘을 최대로 불어넣으면 연선우는 여러 번 충격파를 낼 수 있고, 안보영은 주위의 모든 것을 끌어당길 수 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힘을 불어넣고 방출하는 시간동안은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다.’
즉, 그 찰나의 시간동안은 팔찌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두 명 모두가 바닥에 팔찌의 힘을 불어넣어 방출하고 있는 지금이.
“공격하기에 최고로 적기라는 거다!!!!”
내가 하늘로 던진 [스나이퍼건]을 선창이 낚아챘다.
일전의 충격파로 아바타를 버리고 본연의 새 모습으로 날아올랐기 때문에 내가 던진 [스나이퍼건]을 무사히 받아낼 수 있었다.
쾅-!!!
바닥에 충격파가 일고, 나는 충격파에 노출되어 날아갔다.
하지만 선창만은 공중에 뜬 채 충격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날개로 [스나이퍼건]을 조준하고.
“새의 모습으로도 총을 쏘는 건 많이 연습했으니까. 충분해.”
탕-!!!
[스나이퍼건]의 회심의 일격을, 마그넷 해적 연선우에게 명중시켰다.
“커헉…!!!”
“자기야!!!!”
연선우는 그대로 [스나이퍼건]의 한 방을 맞고 정신을 잃었다.
여태까지 [스나이퍼건]의 탄환은 전부 충격파로 쳐내 피해냈지만, 결국 공격을 허용하자마자 허무하게 쓰러져버렸다.
“젠장젠장젠장젠장…!! 너희가 감히 우리 선우를…!!!”
남은 안보영은 연선우가 쓰러진 그 즉시 팔찌의 힘을 풀고 자신의 모든 힘을 불어넣어 주위의 모든 것을 당겨 충돌시키는 동귀어진의 수를 준비했다.
이걸로 자신 또한 쓰러지겠지만, 적어도 선우가 일어나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 안보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라? 밀치는 애가 쓰러졌고 당기는 애만 남았다면…”
하지만, 연선우가 리타이어당한 지금, 안보영의 존재는 한 줄기의 꺼져가는 불씨일 뿐이라는 것을 안보영은 모르고 있었다.
“[에너지볼건]을 가지고 있는 이 몸이 활약할 차례라는거잖아~?”
안보영이 지닌 당기는 힘의 극카운터,
[에너지볼건]을 지닌 은마루가 아직 건재했기 때문이었다.
“잊었어, 꼬맹이? 나는 네 무기를 빼앗을 수 있다고!!!”
안보영은 팔찌의 당기는 힘을 사용해 은마루의 손아귀에서 [에너지볼건]을 빼냈다.
“앗! 내 [에너지볼건]! 또 같은 방식으로!!”
하지만 앞서 말했듯, 팔찌에 힘을 불어넣고 방출하는 시간 동안은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으며.
“그렇구나, 그럼 이것도 같이 가져가라고.”
연선우의 존재 없이 혼자 남은 안보영은 별 다른 저항조차 할 수 없는.
“[펄스그레네이드건]의 수류탄 말이야.”
한 줄기의 꺼져가는 불씨일 뿐이다.
투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세계를 일순간 붉게 물들이는 폭발이 문제아들의 수학여행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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