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고another

은하고another 10화 - 수집해적 윤세아

김끼정 2025. 10. 13. 03:16

본 소설은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의 초고입니다.

따라서,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의 설정 및 전개 방식에 있어 상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를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 바랍니다.

현재 연재 중인 소설은 노벨피아에서 열람 가능합니다.




“있잖냐, 윤세아.”

“헉… 지구인…!! 나를 이름으로 불러준거야?! 세아… 정말이지, 감동했어~ 어라? 근데 내가 성을 지구인에게 말해준 적이 있었나?”

그는 이름 하나 불린 것 가지고 온갖 호들갑은 다 떨고 있는 윤세아의 말을 무시한 채로, 자신의 할 말을 그녀에게 전했다.


“크루원들… 그래도 어느정도 정은 쌓였으니까, 만약 죽이게 된다면 적어도 내가 직접 묻어주게 해줘.”

“물론 지구인의 부탁이라면, 이 세아는 뭐든지 들어줄 수 있어~”

윤세아는 특유의 능글맞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정색한 표정으로 바꾸고는 그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묻어주는 건 안돼. 그러다 도망이라도 치면 어떡해. 세아의 것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지구인은 평생동안 나에게 수집된 채로 있어야 해.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아.”

“......그러면 관에 내가 직접 넣어주는 것만 하는 것은 안되냐?”

“그거라면 괜찮아~! 대신 그 답례는 세아에게 포옹 다섯 번이야~!! 알겠지?”

“그래.”


윤세아는 순순히 자신의 말에 응하는 지구인에, 입꼬리를 있는 힘껏 올리고는 신나는 발걸음으로 포탈을 열어 자리를 떴다.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며 그는 피식 웃었다.


‘이걸로 윤세아가 크루원들을 포탈째로 우주에 버려버리는 미래는 제거했다.’


그가 윤세아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경우의 요구를 제외하고, 지구인의 어떤 부탁도 들어주는 윤세아의 특성을 활용해 크루원들이 패배하는 미래를 가지치기하듯이 하나둘씩 쳐낸다.

그의 부탁이 최종적으로 그가 크루원들을 통해 도망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싱글벙글한 윤세아는 모른다.

그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는 그저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뿐이었다.



***



수집해적과의 싸움으로 돌아와서.
수집해적 윤세아가 자신의 품에서 리모컨을 꺼냈다.


"환경조절장치, 모든 환경설정 MAX로!"

그녀는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지껄이며 버튼을 눌렀다.


꾸욱-!

버튼을 호기롭게 누른 윤세아가 이내 리모컨을 다시 포탈 속으로 던져버리고는,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

우롄은 온몸의 기운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방금 방의 기류가 바뀌었다.


"헹! 뭔가 멋있는 척하더니만 별거 아닌데?"

은마루는 방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 채, 기고만장한 자세로 잔뜩 허세를 부렸다.

그런 은마루가 서있는 바닥에서 모락모락 증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증기가 피어오른 곳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우와아악!! 뭐야?!!"

갑자기 자신의 발밑에서 엄청난 열기가 느껴지자 놀랐는지, 은마루는 뒤로 넘어지며 자지러졌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않고, 윤세아의 나무줄기가 은마루의 발목을 붙잡았다.

"으아아아아아아!! 살려줘어어!!!"

"젠장, 은마루!!"

우롄은 은마루를 끌고가는 나무줄기를 가격하려했지만 위에서 떨어지는 거대 빗방울과 이곳저곳에서 굴러오는 눈덩이를 피하느라 조준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아까 그 리모컨은 이런 용도였나?!"

이 방은 크루원들이 지나왔던 모든 방들의 특징을 포함했다.

덥고 춥고 습하고 버섯포자가 가득하며, 바닥에서 불이 솟아오르고, 거대한 빗방울이 내리며, 눈덩이가 여기저기서 굴러오고, 다양한 종류의 우주벌레들이 튀어나온다.

지옥이 있다면, 아마 이런 형태이지 않을까.


"지구인~ 보고있어~? 여기 네 친구 한 명 먼저 보낼게~"

은마루는 어느새 손과 발 전부가 나무줄기로 묶인 상태였다. 손까지 완전 봉쇄당한 탓에, 아공간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윤세아는 나무줄기에 붙잡힌 은마루를 자신의 코앞까지 데려왔다. 그리고 은마루의 몸의 손을 대고 포탈을 소환했다.

포탈에서 나오는 거대줄기로 단숨에 몸을 꿰뚫 계획이었다.

은마루를 죽이기 전에, 윤세아는 지구인이 보고있을 방향을 향해 밝게 웃어보였다.



***



몇 시간 전.
크루원들과 그의 대련 도중.


“우왁?!!”

은마루는 가까이서 날아오는 그의 주먹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하지만, 피해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피하는 데에 여력을 집중했다는 것은, 상대에게 또 다른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은마루가 주먹을 피하는 동안, 그는 왼손에서 [핸드건]을 고쳐들어 가까이의 은마루를 향해 탄환을 발사했다.


팅-!!

“막았나.”

그가 격발한 [핸드건]의 탄환을 은마루가 간신히 자신의 주 무기, [에너지볼건]을 꺼내 막아냈다.


“허억… 허억…”


은마루가 은하고 입학 전, 부모님에게 선물받은 [에너지볼건]은 자신의 주위에 에너지볼을 생성해 날아오는 공격을 방어하고, 적과 근접해 에너지볼의 피해를 가하는 무기이다.


“[에너지볼건]의 일격을 맞추려고 나와 근접한 건 알겠지만, 너무 무모해. 난 맞아줄 생각도 없고, 넌 맞출 능력도 없어.”

“대장… 말이 좀 심한거 아냐?”


은마루는 [에너지볼건]으로 자신의 몸 주위에 에너지볼을 둘렀다. 보라색 구체의 에너지볼은 은마루의 주위를 빙빙돌며 그를 위협했다.

에너지볼을 두른 은마루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그런 은마루의 돌격을 자신의 신발 부스터로 도약해 피하면서 물었다.


“네 공격은 결국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야. 그런 고물해적과 같은 무모한 돌격을 맞아줄리 없지. 그거 말고 다른 공격은 없어?”

“물론 나한테는 이 이외에 다른 공격은 없어. 하지만 말야…”


그의 질문에 은마루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나 말고 다른 애들한테는 있어.”



탕-!!



***



"흐읍!!"

윤세아가 고통의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은마루를 붙잡고있던 나무줄기들이 흐트러지며 은마루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날 잊은 건 아니겠지?"

은마루의 헬멧 안에 있던 선창이 자신의 날개를 퍼덕이며 잘난 체를 했다.

선창은 윤세아에게 아바타가 박살나고, 은마루의 헬멧 안으로 대피한 상태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패드를 조작해 아공간을 여는 것 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은마루를 탈출시킬 방법이 있다.

윤세아와 은마루의 거리가 좁혀졌기 때문에, 그녀의 입속에 매운 맛을 선사해줄 수 있다.



"매워어어어어!!"

"쮸 구이초극상매운맛! 단 돈 300캐피!"

"시식 서비스입니다 손님."

문자 그대로의 매운 맛.
그가 맡겨둔 쮸 구이-초극상매운맛-를 아공간 포탈로 윤세아의 입속에 쑤셔넣었다.

윤세아는 갑자기 입안으로 들어온 강렬한 매운맛에 정신을 못차리고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흐엑…!! 잦… 잠깐…마안 있어봐앙아!!"

윤세아는 다급하게 포탈을 소환하여 도망가려고 했지만 은마루가 온몸을 날려 박치기로 저지했다.

하지만 은마루의 블로킹에도 굴하지않고, 윤세아는 바닥에 포탈을 소환했다.

제아무리 열심히 막는다고 해도, 바닥에 소환된 포탈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을 터였다. 그 점을 이용해 윤세아는 긴급탈출을 시도했다.


"얼레?"

윤세아는 분명 포탈에 자신의 몸을 갖다댔을 터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포탈이 작동하지 않았다.


"얼레는 무슨 얼레야! 죽어!"

"대장 내놔!"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일단 공격찬스인건 틀림없기에 은마루는 총으로 윤세아를 열심히 가격했다.

"세아가 잘못했어어어!!!"

윤세아가 자신의 옷을 찰랑찰랑 휘날리며 도망쳤다. 그런 윤세아를 은마루가 총을 들고 쫓아갔고, 선창이 은마루의 머리 위에서 열심히 응원했다.


‘근데, 윤세아는 어째서 포탈로 도망치지 못한거지?’

그 해답은 우롄에 옆에 나타난 홀로그램, 유루미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깜짝아!"

"흐암… 다른 건 몰라도… 해킹은 자신있거든…"

"루미야, 네가 한 거야?"

"웅… 수집해적은 자신만의 포탈을… 소환해서 싸우는 해적이니까… 그 포탈의 기능을 없애면… 도움이 될까 싶어서…"

"포탈의 기능을 없애?"

"허엄… 이동용 포탈부터 공격용 포탈까지, 해킹으로 전부 기능을 끊었어… 아마 복구하는데에는 좀 걸릴거야…"

유루미가 입으로 크게 하품하며 현재 상황에 대해 우롄에게 설명해주었다.

설명이 끝난 후, 유루미는 눈을 비비며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사라졌다.

'루미가 해킹에 능하다니, 그런 능력은 보통 우주선에 있을리 없을텐데. 누군가 개조라도 한걸까?'

뭐가 어쨌든간에, 윤세아의 공격은 전부 포탈을 이용한 나무줄기 공격이 전부였기에, 더 이상 윤세아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대로 수갑을 채워 체포하면 끝이었다.


"헤엑… 이렇게 된거 어쩔 수 없지이, 지구인의 물건을 잠깐 빌리는 수 밖에!!"

윤세아가 또 다른 포탈에서 무기를 꺼냈다. 윤세아가 꺼낸 무기는 [스나이퍼건]이었다.


"뭐야?! 포탈은 못쓰는거 아니었어?"

"저건 다른 종류의 포탈인 것 같아. 아마 우리와 같은 아공간 포탈…"

"근데, 저 총 대장 거 아니야?"



***



선창의 무기, [호밍건]의 미사일 세례가 그에게로 쇄도했다.

선창이 입학 전 구입한 [호밍건]은 주변에 있는 대상을 자동으로 조준해 별도로 적을 조준하지 않아도 공격을 맞출 수 있는 호밍(Homing) 시스템을 탑재한 무기이다.


“자동으로 조준하면 뭐해, 맞지 않으면 소용없어.”

하지만 그는 날아드는 호밍 미사일들을 검처럼 든 [레이저건]으로 일격에 베어버렸다.

[에너지볼건]의 에너지볼을 주위에 두른 은마루가 최대한 그를 방해해보려 애썼지만, 깡패해적과의 결전으로 단련된 그의 반사신경은 은마루의 공격을 손쉽게 피해냈다.

은마루의 공격을 피하는 와중에도, 후방에 있는 선창과 우롄을 향해 [스나이퍼건]으로 저격했다.


탕-!!


“[호밍건]이 아무리 오토 타겟팅 기술이 탑재되어있다고 해도, 결국엔 대상이 범위 내에 있어야 해. 내가 범위 바깥으로 나가버리면 말짱 도루묵이지.”

급격하게 변화하는 전장 안에서 [호밍건]의 범위를 일일이 측정하고 정확한 범위 안에 상대를 집어넣으려면, 시야의 극한 활용이 필요하다.


“자,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나를 네가 과연 [호밍건]으로 쉽게 맞출 수 있을까? 고작 두 눈으로 내 움직임을 쫓는 것이 끝인 네가?”

“확실히, ‘두 눈’만으로는 저격하기 어렵겠어.”


그는 선창의 목소리가 자신의 위에서 들려온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감탄의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공중에서 보고있다면 어떨까.”


[호밍건]을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시야. 그렇다면 하늘을 날 수 있는 새의 시야각을 지닌 선창은 그 무기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까.

그것뿐이겠는가.
인간의 시야의 한계에서 자유로운 그에게는 언제든지 상황을 조율할 수 있는 지휘관의 능력 또한 있는 것이다.



***



“윤세아가 든 건 [더블건]이야! 탄환이 두 번 날아오니까 조심해!”


타당-! 타당-!

윤세아가 [더블건]을 두 손으로 잡고 크루원들을 향해 탄환을 쏘았다.

수집해적 윤세아는 완벽하게 그의 총을 활용했다. [레이저건]으로 적들을 견제하고, [더블건]으로 적들을 교란시키며, [스나이퍼건]으로 강력한 한 방.

물론 윤세아가 아무리 그의 총을 잘 활용한다고 해도, 총의 진짜 주인인 그보다는 미숙한 편이었다.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은마루 바닥에 열기 조심해! 그리고 몇 초 뒤면 [스나이퍼건]의 재장전 시간이 끝나니까 유의하고!”

선창은 은마루의 헬멧에서 나와 전장의 전경이 훤히 보이는 곳에서 크루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의 지시 덕에 우롄과 은마루는 끊임없는 전장의 상황변화에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5시 방향에 테르도치 5마리!!”

“우주벌레는 내가 처리할게!”

어느새 크루원들의 뒤로 테르도치들이 나타났다. 이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알아챈 선창이 크루원들에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를 듣고 은마루는 우롄 대신 우주벌레들을 상대하기 위해 [에너지볼건]의 에너지볼을 온몸에 두른 채로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는 다가오는 테르도치들을 아슬아슬 비껴움직여 공격을 맞지 않으면서 테르도치들이 에너지볼을 맞도록 유도했다.

테르도치들은 가시를 올려 방어했지만, 가시를 풀자마자 에너지볼을 다시 불어넣자 금방 쓰러졌다.


“이 녀석들은 헤도치보다는 머리가 멍청한 편이네.”

“테르도치들은 헤도치와는 다르게 가시를 재생할 수 있어서 이를 적에게 발사하는 형태로 진화했는데, 그 과정에서…”

“알았어, 선창아. 다음 지시나 내려줘.”

“롄이 쪽으로 다시 합류하자.”

“오케이~”


은마루가 테르도치들을 전부 무찌르고, 다시 윤세아와 접전을 벌이고있는 우롄의 쪽으로 합류했다.

윤세아는 [스나이퍼건]과 [레이저건], [더블건]을 번갈아가며 발사했지만, 크루원들은 날아오는 탄환을 완벽하게 피해냈다.

반대로 윤세아 또한, 크루원들의 공격을 맞아줄 기색도 보이지 않은 채로 회피를 이어갔다.


우롄은 계속해서 공격을 회피하는 윤세아의 모습에 이를 갈았다.

무언가 공격을 맞출 계기라도 있다면…


“선창아! 혹시 우주해적의 잠깐동안 녀석이 움직이지 못하게 할 만한 방법이 있을까?”

“쮸 구이 매운맛을 또 먹이면 모르겠지만, 방금 마루를 구할 때 이미 다 털어놓은 탓에…”

“그럼 어떻게든 녀석을 방해할 방법이라도!”

“그거라면… 생각해둔게 몇 개 있어.”

“좋아, 내가 공격을 준비할테니, 지금 당장 실행해줘!”

우롄이 녀석을 이길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작전에 맞춰 선창은 윤세아의 주의를 끌었다.


“루미야! 지금이야!!”

갑작스런 지시에 윤세아는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 숨겨둔 다른 동료가 기습을…?’


하지만 뒤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위쪽에도 아무도 없었다.

거짓말이었다.

‘시간을 끌려고 일부러 거짓말을 한건가?! 하지만, 괜찮아. 대처할 시간은 아직…’



“하암… 안녕…”


그리고 다시 윤세아가 앞으로 뒤돌자, 그녀의 코앞에 인간의 형태를 띈 홀로그램, 유루미가 나타나 있었다.

윤세아는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뒷걸음질쳤다. 예상치 못한데서 튀어나온 탓에, 꽤나 당황했다.

잠깐의 상황 파악이 끝나고, 윤세아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유루미를 향해 [스나이퍼건]을 쏘았다.

유루미는 홀로그램이어서 맞지 않았지만, 애초부터 이를 알고 그 뒤에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크루원들을 향한 공격이었기에 상관없었다.

시야를 가리고, 자신에게 가까이 접근해 공격한다. 윤세아는 크루원들이 그런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멀리서 총을 쏘는 건 명중률과 관통률이 떨어지니까, 가까이서 공격하는게 낫다고 생각한거겠지.’

윤세아의 추측은 절반은 맞았다.



“뭣…”


크루원들은 윤세아에게 가까이 접근해서 공격하지 않고,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고있었다.

그리고 윤세아의 앞에는 크루원들 대신 다른 물체가 존재했다.

검은 구체의 형태를 띈 축구공만한 크기의 수류탄이었다.



***



“그래서 뭐? 결국에 네 [호밍건] 공격은 내게 통하지 않아. 단순히 [레이저건]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공격은 손쉽게 막히잖아?”

“그래, 통하지 않을 거란 건 이미 알고 있었어.”


[호밍건]의 미사일을 계속해서 발사하는 선창과 그 미사일을 [레이저건]으로 하나하나 막아내는 그의 접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은마루 또한 에너지볼을 온몸에 두른 채 전심전력으로 달려들었다. 그는 [샷건]으로 에너지볼을 밀쳐내거나, [멀티건]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그를 견제하며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우롄만은,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뒷짐을 지고 날아오는 공격만을 피해낼 뿐이었다.


‘뭔가가 있는 것은 틀림없는데… 가늠할 수가 없네.’

그에게 있어 크루원들이 이런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전-지금은 지워진 과거-에는 단순히 무기를 조준하고 쏘는 것 이외에는 작전따위 없었다.

어떤 변수 때문에 그들의 행동이 틀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좋은 징조였다. 이대로라면 수집해적도 문제없이 상대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어이, 우롄!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고?”


그는 가만히 전장을 쳐다볼 뿐인 우롄을 향해 [스나이퍼건]의 마지막 탄환을 날렸다. 탄환은 그대로 일직선으로 뻗어 우롄에게로 향했다.

우롄은 피하지 않고 멍하니 탄환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 잠깐, 피하지 않으면 위험한데…?’


탄환이 날아가는 음속의 속도에 반응할 수 없는 지구인인 그와는 다르게, 우주인들은 총의 속도에 반응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그는 애초에 맞지 않을 공격이라고 생각해 크루원들을 향해 과감하게 [스나이퍼건]의 탄환을 마음껏 발사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 피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중상을 입고 수집해적과의 결전을 제대로 치루지 못할 것이다.


“이런…!!”


기껏 무언가의 변수를 통해 이전과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한 크루원들이지만, 여기서 그가 죽어버린다면 다시 바바나 행성에서 정보를 찾던 때로 돌아가버린다.

그리고 만약 크루원들이 이번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다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돌진하는 이전으로 되돌아가버린다면?


  ‘몇 번이고 이 루프를 반복해야할 수도 있어…!!’


그렇게 둘 수는 없다.
라고 생각하며 그가 우롄에게 정신이 팔렸을 무렵.



팅-!!


우롄은 뒷짐을 진 척, 자신의 등 뒤에 숨겨왔던 새로운 무기로 날아오는 [스나이퍼건]의 탄환을 막아냈다.

그 순간 그는 직감했다.


‘아, 이거 함정이구나.’


그는 그 어느때보다도 환하게 웃었다.



***



[펄스그레네이드건].
우롄이 바바나 잡화점에서 고른 무기였다.

[펄스그레네이드건]은 부유하는 수류탄을 소환해 넓은 범위의 폭발을 일으키는 무기이다.

그러나 수류탄이 터지는 데에 소모되는 시간이 5초정도 되는지라, 인간을 상대로는 아무래도 공격을 맞추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거기에다 [스나이퍼건]보다 훨씬 더 많이 재장전 시간을 요하는 데다, 잘못 하면 아군까지 폭발에 휘말리게 되는 불상사를 낳을 수 있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무기이다.

하지만 맞추는 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어마무시한 폭발의 위력으로 적에게 큰 부상을 입힐 수 있다.


“맞아라아아!!!!!”


윤세아는 가까이서 수류탄이 점점 터질듯한 기세로 그녀를 위협해오자, 황급히 도망치려 발을 움직였다.


푸슈우우우우우-!!


하지만 그런 윤세아의 위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며 그녀의 움직임을 막았다.

이전에 방을 물로 뒤덮었을 때, 크루원들이 아공간에 저장해놨던 그 물이었다.

선창이 위에서 아공간을 생성해내 그대로 윤세아의 몸에 퍼부운 것이다.


“자, 잠깐…!!”

윤세아는 갑작스러운 물 세례에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미끄러져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뒤이어 은마루는 수류탄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 공을 차듯이 발로 뻥 밀어 윤세아의 코앞까지 날려보냈다.

물에 흠뻑 젖은 채로 주저앉아있는 윤세아의 앞에서, 수류탄은 터질듯한 섬광을 내뿜더니 이윽고는.


투콰아아아아아아앙-!!!!!



수류탄의 거대한 섬광이 온 사방을 비추며 화려한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을 직격으로 맞고 장렬하게 쓰러지는 윤세아를 바라보며, 우롄은 씨익하고 미소지었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첫 승리의 순간이었기에.



***



“내가 정신이 팔린 틈에 [펄스그레네이드건]의 수류탄을 내 주위에 소환, 동시에 [호밍건]의 미사일을 발사해 딜레마에 빠지게 하고, 가까스로 [레이저건]으로 미사일을 베고 [핸드건]을 던져 수류탄을 밀치고 달아나려는 찰나에 은마루가 에너지볼을 휘감은채로 나를 막는다…… 정말이지 대단한 작전이었어.”


그는 근처 벤치에 앉아 휴식하며 크루원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걸 하나하나 반응하고 은마루의 마지막 블로킹마저 피해낸 대장이 더 대단한 것 같지만.”

“맞아! 마지막에 [레이저건]을 집어던지는 건 예상 못했다고!”

계속해서 칭찬을 퍼붓는 그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크루원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이 남은 듯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가 기지를 발휘해 [레이저건]을 내던져 은마루를 저지하면서 그를 상대로 아깝게 패배한 것이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잠깐 화장실에 들린다면서 바바나 잡화점에 들러 새 무기를 구입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 우롄.”

“우주해적을 잡으려면 아무래도 새 무기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말야.”


물론 패배에 아쉬워하는 은마루와 선창과는 달리, 우롄은 마음의 짐을 벗어던진 듯 꽤나 후련한 표정이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결과가 긍정적 이었음은 알 수 있었다.


“방금 전의 싸움으로 나도 할 수 있는 녀석이라는 걸 깨달아버렸거든.”

“그래, 할 수 있고 말고. 이번에는 틀림없어. 꼭 너희들은 수집해적을 잡을 수 있을거야.”

“......? 너도 우리랑 같이 싸울 거면서, 그건 무슨 소리야?”

그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크루원들이 저 사악한 수집해적의 손아귀로부터 자신을 구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는데 말이지…”

“……뭔데?”


하지만 이와 별개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시간이 되돌아갔을 때 ‘나’라는 변수가 상황을 바꾸어놓지 않는 이상, 그들의 행동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몇 천번이나 시간을 되돌려본 내가 직접 겪어보며 알아낸 사실이다.

이전 과거에서 크루원들과 3:1 대련을 진행했을 때는, 전혀 지금같은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작전도 없이 무작정 공격하다 내게 압도적으로 패배하는 것이 다였다.


내가 개입하지 않는 이상,
아무 생각 없이 돌진하던 은마루는, 변하지 않았다.
단순히 아바타를 조종하며 쏘아댈 뿐이었던 선창도, 변하지 않았다.
행동거지에서 망설임이 계속해서 느껴졌던 우롄 또한,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그들은 변했다.


내가 개입하지 않고도,
아무 생각 없이 돌진하던 은마루는, 동료들과 협공한다.
단순히 아바타를 조종하며 쏘아댈 뿐이었던 선창도, 자신의 몸 마저 이용해 공격한다.
행동거지에서 망설임이 계속해서 느껴졌던 우롄 또한, 망설임 없는 행동으로 이기기 위한 한걸음을 주저없이 내딛는다.

분명 내가 개입해야만 변할 수 있었던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특징을 터득하고, 약점을 보완했다.

이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혹시 너희 나랑 싸우기 전에 누군가랑 만난 적 있니?”


추측컨대, 다른 누군가가 개입한 것이다.
나 말고도 시간의 되돌림을 알고 있는 자가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대장이랑 싸우기 전에 우리한테 여러가지 전략 같은 걸 알려준 분이 있거든. 그래서 우리는 그분의 전략을 따랐을 뿐이라 칭찬받을 정도는…”

“그래서? 그 분은 누군데?”

“대장도 알고있는 사람이야! 성함이 어떻게 되시더라…”



***



“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이유리 기자라고 해요!”


바바나 행성의 벤치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홀짝이는 노란머리의 여성, 이유리가 연기톤으로 쾌활한 목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인사하는 편이 더 좋으려나요.”


그녀는 커피잔을 벤치에 내려놓은 채, 천천히 흐려져가는 세상을 바라보았다.


“이쯤 되면 슬슬 제가 개입하는 편이 낫겠죠. 크루원분들이 수집해적에게서 승리할 수 있으려면요.”


그러고는, 무너져내리는 세계와 함께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분명 다음 ‘회차’에서는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지구인 씨.”


그리고 그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