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고another

은하고another 7화 - 깡패해적 강우빈

김끼정 2025. 10. 13. 03:10

본 소설은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의 초고입니다.

따라서,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의 설정 및 전개 방식에 있어 상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를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바랍니다.

현재 연재중인 소설은 노벨피아에서 열람 가능합니다.







링에 올라온 이는 두 명이었다.
깡패해적인 강우빈과 파란머리의 은하고 학생.

그와 싸우기 전까지의 3인조의 결투는 형편없었다. 용맹한 기개는 본받을만 했지만, 실력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았다.

한 명은 뒷걸음질하다 발이 걸려 넘어지고, 한 명은 무심코 눈을 감아버려 공격을 허용했고, 한 명은 어느정도 버티나 했더니 공격에 페이크를 섞자, 손쉽게 걸려들어 패배했다.

솔직히 말하면, 전부 일격에 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몸에 힘을 줄 때마다 힘을 준 부위에 총을 마구잡이로 갈기며 “우리는 한 몸이다! 그러므로 나까지 쓰러뜨려야 죽일 수 있다! 룰을 어길 셈이냐!” 같은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의 논리는 억지였지만, 강우빈은 그냥 받아주기로 했다. 어차피 이놈들은 에피타이저일 뿐이고, 진짜 결투는 저놈과의 결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우빈은 그의 말에 순응하며 그와의 결투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네 놈의 차례군.”


강우빈과 싸운 다른 이들은 링 밖에서 뻗어있는 상태로 있었다. 그 상태가 단순한 피로 때문인지, 자신이 이기지 못했다는 분함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혹시라도 둘의 결투에 훼방을 놓을까 싶어, 무기들은 전부 압수해놓았다. 전투 도중에 누군가가 끼어드는 것은 규칙위반이니까.


“깡패해적 강우빈, 너의 결투를 받아들인다.”


강우빈은 난폭하게 웃었다.
이번에는 좋은 대결이 될 것 같아서, 웃었다.


“자, 덤벼보라ㄱ…”


말이 끝을 맺기도 전에 무언가가 강우빈을 향해 날아왔다. 날아온 것은 [핸드건]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기습공격이었으나, 강우빈은 가볍게 목을 틀어 피했다.


“무기 던지는 건 규칙위반 아니지?”

“규칙위반이…”

“안 궁금해.”


그는 마지막까지 강우빈의 성질을 긁었다. 단순히 적을 도발하기 위한 행동이기도 하지만, 여태까지 죽어왔던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398.”

398번째.
그는 싸움에 들어가기 직전, 숫자를 세었다. 이 싸움을 몇 번이나 반복해왔는가에 대한 횟수였다.

슬슬 400번째 싸움이 코앞이다. 물론 400번째 까지 가도록 두진 않는다. 매순간 이번 시도에 끝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전투에 임한다.


‘이길 수 있다.’

적의 공격 패턴은 전부 외웠다.
전략의 수립도 끝마쳤다.
그리고 방금 전, 승리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이제 남은 것은 승리하는 것 뿐이다.


“최고의 한 판을 만들어주마, 깡패해적.”


결투가 시작되었다.



***



깡패해적 강우빈은 무투가다. 주로 사용하는 공격은 발차기 공격이며, 소문에 의하면 발차기 한 방으로 우주선을 박살내는 미친 파괴력을 가졌다고 한다. 물론 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내가 직접 맞아보며 입증했다(...).

그렇다면 인간의 몸을 부수는 것은 얼마나 쉬울까.

강우빈의 공격을 맞으면 바로 게임오버다. 살살 맞고 그런거 없다. 한 대라도 허용하면 그 즉시 사망이다.

그렇기에 숭숭 때와 마찬가지로 크루원들과 협력해 싸우기에는 무리다. 6번정도 시도해봤는데, 3명 전부 부위별로 하나씩 골절당했고, 비명소리가 링을 채웠다.

다행히도 숭숭과는 다르게 강우빈은 말이 통하는지라, 어떻게든 억지로 1:1 룰을 만들어서 크루원들이 죽을 가능성은 배제했다.

강우빈은 빠른속도로 접근하여 펀치(Punch)와 킥(Kick)을 퍼붓는 공격 패턴을 지니고 있다.

굉장히 변칙적이고, 빠르며, 한 대만 맞아도 즉사하는 위협적인 근접공격.

이러한 강우빈의 공격을 한 대도 맞지않으면서, 동시에 총으로 몇 십번이고 총격을 가해야한다.

솔직히 이걸 완벽하게 해내기에는 체력과 정신소모가 심각하기 때문에, 나는 강우빈과 싸우며 여러가지 전략들을 구상했다.

그리고, 이전 싸움들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나는 우선 [스나이퍼건]을 꺼내 강우빈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팅-!!


강우빈은 음속으로 날아가는 탄환을 맨손으로 잡아챘다.

겉으로는 무표정으로 상대하고 있지만, 속은 타들어가는 중이다. 볼 때마다 어처구니가 없다 저건.

[스나이퍼건]의 탄환 중 두 발이 강우빈의 손에 막혔고, 탄환 세 발을 전부 소모해 재장전 시간이 들어갔다.
  

원래라면 [스나이퍼건]이 재장전 시퀀스에 들어가면 다른 총들로라도 공격을 가했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

[스나이퍼건] 같이 강력한 화력의 총도 버티는데, 그보다 약한 나머지 총들은 어떻겠는가. 택도 없다.

그러니 다른 총들은 공격하는 용도로 쓰기보다는, [스나이퍼건]의 재장전시간을 버는 용도로 사용해야한다.


[스나이퍼건]을 아공간에 집어넣자마자, 강우빈이 특유의 보법으로 빠르게 달려와 나를 향해 발을 휘둘렀다.

천 번도 넘게 봤던 공격을 그냥 맞아줄리는 없었다.

나는 몸을 숙여 강우빈의 발을 피했다. 거기에 몸을 숙인 채로 아공간에서 [샷건]을 꺼내 강우빈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발을 충격파로 밀쳐냈다.

강우빈은 몸을 지탱하던 발이 밀려나자,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듯 했으나, 손을 땅에 짚고 가볍게 돌아 착지했다.

강우빈은 다시 자세를 잡으며 일어서려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가리!”

“켁…!”


내가 달려가서 [레이저건]으로 강우빈의 대가리를 존나 내리쳤기 때문이다!


쾅-! 쾅-! 쾅-! 쾅-! 쾅-!


강우빈이 일어날 틈을 주어선 안 된다. 일어날 시간을 주는 순간 내 머리가 발로 가격당해 게임오버다.

강우빈은 실시간으로 머리가 깨지고 있으면서도 주먹을 가다듬어 나를 향해 뻗어올려 어퍼컷을 날렸다.

날아온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이번엔 내가 직접 강우빈의 몸을 발로 찼다. 그러고는 다시 [샷건]을 꺼내들어 강우빈을 링 구석으로 밀쳐냈다.

재장전 시간 끝. 곧바로 [스나이퍼건]을 꺼내 강우빈의 머리를 조준사격했다.


탕-!  탕-!  탕-!


다시 [스나이퍼건]을 집어넣고, 일어선 강우빈의 발차기를 회피, [샷건]과 [레이저건]을 쏘며 공격을 저지, [스나이퍼건]으로 또 공격.

그걸 두 번정도 반복하자, 강우빈은 내 공격패턴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내가 [스나이퍼건]을 무자비하게 쏘았지만, 강우빈은 막거나 피하지 않고 그대로 정면돌파를 시전했다.

[스나이퍼건]의 탄환 3발을 전부 소모하고, 내가 [샷건]을 꺼내기도 전에 강우빈이 내 코앞까지 와있었다.


“그렇게 반복해서 공격하면 바보도 알아먹는다-!!”

강우빈은 가볍게 도약하여 나를 향해 발을 후렸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저 발이 닿는 순간 나는 죽겠지.

하지만 나는 웃었다.


“알아먹어서 참 좋겠다, 이 바보야-!!”


탕-!!


영거리사격.
거리에 따른 관통력 감소따위 없는 회심의 일격.

나는 매우 근접한 상태에서 [스나이퍼건]으로 강우빈의 몸통에 총격을 가했다.


내가 [스나이퍼건]에 장착해둔 플러그인, [분리수거함]의 효과로 탄환 소모를 무시할 수 있었다.

물론 [분리수거함]의 탄환 소모 효과는 운에 따라서 발동된다. 탄환이 세 발뿐인 총을 열 번 연속으로 무작정 격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게는 적어도 그 확률을 뚫을 때까지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즉, 나는 원하는 타이밍에 [분리수거함]의 탄환 소모 효과가 발동할 때까지 계속 죽어온 것이다.


“운명이, 나빴네.”


가까이서 [스나이퍼건]을 직격으로 맞고 쓰러진 강우빈을 [레이저건]의 레이저로 온몸을 지졌다.  

온몸으로 레이저를 맞으면서도, 강우빈은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다시 일어섰다.


“이 자식이… 날 갖고놀아?!”

“왜. 넌 해도 되고, 난 하면 안 되냐?”


강우빈은 이를 갈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기세로 나를 째려보았다. 나는 그런 그에게 일일이 반응하기조차 귀찮아서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다.

숨을 고른 강우빈이 온몸의 힘을 주고 [레이저건]을 쏘고있는 나를 향해 빠르게 도약해 발차기 준비를 했다.

그리고 허벅지의 힘을 폭발시켜 나를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강우빈은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올랐을 때, 어마무시한 위력의 공격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일격필살(一撃必殺).

맞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저 공격은 막아도, 피해도 죽는다.


일격필살(一撃必殺)의 공격이 나를 향해 쇄도해왔다.




쿵-!


막혔다.
강우빈의 일격필살 공격이 허무하게 막혔다.

강우빈의 공격은 웬만한 것으로는 막을 수 없는 위력이다. 설령 공격을 막아내더라도 몸으로 전해지는 충격에 몸의 뼈가 바삭하고 으스러진다.

하지만 나는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버텨냈다.



“헤도치…?”


일격필살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던 비결은 보라색 껍질으로 자신의 몸을 감싼 하얀 우주벌레, 헤도치다.

강우빈의 우주선에 오기 전, 나는 몰래 총을 넣어두던 전용 아공간에 우주벌레를 넣어놓았다.

우주벌레를 아공간에 집어넣겠다는 미친 발상에 양양궁은 아공간을 우주벌레가 갉아먹어서 수리비가 든다며 만류했지만, 캐피를 더 얹어준다고 하니까 따로 더 말은 하지 않았다.

아공간을 갉아먹는다? 수리비가 든다? 이런 부차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요점만 짚어봤을 때, ‘우주벌레를 아공간에 집어넣을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은 ‘Yes.’였다.

그리고 우주벌레를 수납할 수만 있다면,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했다.


나는 강우빈의 발이 향한 위치에 아공간 포탈을 소환해 그 안의 헤도치가 맞도록 했다.

일명 프렌드 실드(Friend shield)!

공격을 맞은 헤도치가 복수를 위해 강우빈에게 달려들었다.


“크윽… 하지만 한 마리정도라면…!”

“내가 한 마리만 잡아뒀겠냐?”


당연히, 전용 아공간에 넣어둔 헤도치는 여러 마리다.

링은 점점 내가 소환한 헤도치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소환된 헤도치들은 강우빈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했는지 강우빈을 향해 일제히 달려갔다. 물론 나한테 달려온 놈들도 있었다. 그런 주인도 모르는 괘씸한 놈들에게는 내가 친히 총알도 놓아주었다.

나를 향해 달려든 헤도치 몇 마리를 가볍게 제거한 나는 다시 강우빈을 원거리에서 방해할 준비를 했다.

강우빈은 아직도 자신을 향해 몰려드는 우주벌레들을 주먹으로 하나하나 제거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우주벌레에게 정신이 팔린 강우빈을 향해 [스나이퍼건]을 세 발 쏘았다.

세 발의 탄환이 강우빈에게 적중하고, 나는 또 다시 쉴 틈을 주지 않으려 또 다른 공격을 준비했다.

탄환이 다 소모된 [스나이퍼건]을 고쳐들고서 외첬다.


“준비하시고!”


나는 손을 뻗어 아공간 포탈을 생성했고, 그곳에서 또 다른 헤도치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헤도치가 아공간에서 나오며 공중에 뜬 순간,


“안타아아!!!”


[스나이퍼건]으로 헤도치를 공을 쳐내듯이 날렸다.

직선을 그리며 날아간 헤도치가 정확하게 강우빈의 머리에 적중했다.


쾅-!!!!!
“커헉…!!”


강우빈은 갑작스럽게 헤도치에게 안면 강타를 당하자, 몸을 휘청거리며 뒤로 나자빠졌다. [샷건]을 맞았을 때처럼 손을 땅에 짚고 다시 자세를 가다듬으려했지만.


“크윽…!”

손을 짚었던 곳에 불행하게도 헤도치가 있었다.

강우빈의 오른손은 헤도치의 가시에 찔려 완전히 아작났다. 거기에 더불어 강우빈은 손으로 바닥을 지탱하지 못해 링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바닥에 내팽겨진 강우빈을 향해, 헤도치들이 달려들었다.

이걸로 끝이 났으면 좋았겠지만.



  “젠장!!!! 다 죽여버리겠어!!!!!”


아직, 강우빈은 쓰러지지 않았다.


강우빈은 차분하게 내려져있던 머리카락을 위로 올리고서, 바닥을 발로 세게 쳐서 충격파를 일으켰다.

강우빈이 일으킨 충격파에 헤도치들이 날아가 몸이 뒤집혔고, 강우빈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헤도치의 몸을 발로 짓밟아 터트렸다.

헤도치의 하얀 피가 강우빈의 발에 튀었다.



“감히 1:1 대결에 우주벌레들을 끌여들여?!!”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냐?”


강우빈이 제대로 열받았다.
이제부터 강우빈의 공격 하나하나가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위력을 지닌다.

그 위력은 헤도치의 단단한 껍질마저 가볍게 흠집을 내고 그 충격파만으로 헤도치를 죽여버릴 정도다.

강우빈은 공중으로 도약해 내 주변을 발로 내려찍었다.

그 여파로 링의 바닥에 자그마한 균열이 생겼고, 주변에 바람이 일었다.

강우빈은 곧바로 다시 발차기를 이어갔고, 나는 그런 강우빈의 공격을 힘겹게 피했다.

돌려차기, 뒤차기, 옆차기 등.
다양한 발차기를 빠른 속도로 구사하며 나를 압박해오고 있다. 이렇게까지 압박당한다면 총을 꺼내기는 커녕, 쏘는 것조차 힘들다.

신발에 달린 부스터를 써서 피해봤자 강우빈의 도약에 막혀 무용지물이고, 수 백 번 넘게 죽으며 쌓아온 경험으로 피한다고 해도 언젠간 무조건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구석에 몰렸다.

앞쪽에선 강우빈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고, 뒤쪽의 철제 링은 높고 단단해서 도망갈 수 없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다.


강우빈은 내 다리를 향해 하단차기를 날렸고, 이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는 신발의 부스터를 사용하여 도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바로 강우빈도 도약하여 공격을 준비했다. 강우빈은 모든 힘을 쏟아부어 다리의 근육을 폭발시켰다.


아까의 일격필살(一撃必殺)의 공격보다도 훨씬 강력한.

초일격필살(超一撃必殺).


발차기로 일으킨 풍압만으로도 모든 것을 찢을 수 있는 어마무시한 위력의 발차기.

저 발이 뻗어나가는 순간. 이 우주선 일대가 초토화되면서, 눈 깜짝할 새에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뻗지 못하게 하면 되지.



탕-!
타앙-!!
탕-!!


초일격필살(超一撃必殺)을 날리려던 강우빈의 발에 세 발의 탄환이 쏘아졌다.

그 반동으로 강우빈은 무릎을 꿇은 채로 쓰러졌다.

쓰러진 강우빈을 향해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을 뱉었다.


“그러게 후방주시도 잘 하셨어야지.”


탄환을 쏜 것은 내가 아니다.
내 크루원들이다.

강우빈이 우주벌레들에게 둘러쌓여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나는 몰래 크루원들에게 내 무기들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내가 구석에 몰렸을 때 타이밍에 맞춰 총을 발사하도록 지시했다.

일명 프렌드 어택(Friend attack)!


강우빈의 초일격필살 공격은 자신의 몸에도 과부하가 오는 양날의 검이다. 그런 공격을 시도하려다가 저지당했으니, 반동이 더욱 심하게 왔을 것이다.


“크으으윽!!”


탕-!


무릎을 꿇은 채로 쓰러진 강우빈의 머리를 매우 근접한 거리에서 [스나이퍼건]의 탄환으로 꿰뚫었다.


하지만.


“크아아아아!!!”

강우빈은 버텨냈다.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쥔 채로.

공격을 저지당하고,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강우빈은 온몸의 힘을 주고 나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자신이 죽더라도, 그만큼은 길동무로 보내겠다는, 초일격필살(超一撃必殺)의 마음가짐으로.



***


아무리 그들이 강한 인간이더라도, 은하수트와 무기 없이는 우주벌레를 이길 수 없다. 우주벌레가 피부에서 내뿜는 독성 때문이다.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강우빈은 울부짖었다. 여태까지 이 링에서 쓰러진 도전자들의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며.

우주벌레의 독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고통이다. 제 아무리 우주해적이라고 해도 말이다.

은하수트를 착용해도 우주벌레와 닿을 때 온몸이 따끔한데, 은하수트를 착용하지 않는다면 그 고통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강우빈은 은하수트 없이도 우주벌레의 독성을 어느정도 견뎌낼 수 있었다. 그가 깡패해적으로 지내오며 온몸이 극한으로 단련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강우빈은 너무 많은 헤도치들에게 노출되었다. 다가오는 헤도치들을 쳐내며 타격 입고, 안면을 껍질에 부딪혔으며, 헤도치의 가시를 오른손에 찔렸다.

그들을 주먹과 발로 열심히 상대하는 동안, 강우빈의 몸에는 독성이 쌓여갔다.

격렬한 싸움으로 분비된 아드레날린으로 인해 고통을 느끼지 못했지만, 초일격필살 공격의 반동과 함께 온몸에 쌓여있던 고통이 한꺼번에 덮쳐왔다.


“크아아아아아악!!!!”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손이 찢어질 것만 같다.
발이 터질 것만 같다.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다.

고통이 몸을 잠식하고 있다.


“괴롭지? 끔찍하지? 미쳐버릴 것 같지? 그게 고통이라는 거다.”


고통에 신음하는 강우빈의 앞에, 내가 서있었다.

나는 [스나이퍼건]의 총신을 강우빈의 머리에 대고.


“네가 직접 겪어보니 어때, 아직도 싸움이 재밌냐?”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강우빈을 향해 씹어대며 방아쇠를 당겼다.



***



강우빈은 정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자신의 손에는 수갑이 묶여있었다.

묶인 수갑의 힘인지 강우빈이 아무리 몸에 힘을 줘도 제 힘을 낼 수 없었다.


‘내가 날뛰지 않도록 손을 썼나.’


강우빈이 깨어나자마자, 강우빈을 쓰러뜨린 장본인인 그가 말을 걸어왔다.


“여, 잘 잤냐? 깡패.”

“오랜만에 스승님을 만나는 꿈을 꾸었다.”

“갑자기?”


그는 어이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강우빈은 무시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스승님은 여태까지 깡패해적으로 지내오며 결투에 대한 허무함을 깨달으신거다. 그래서 자신이 가꿔온 이 직책을 나에게로 넘기셨던 거지. 나는 결투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그런 스승님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이제서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뭐라는거야.”

“이번 싸움으로 패배는 내가 이제껏 싸워왔던 모든 대결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는걸 깨달았다. 이 세상에는 결투 말고도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는데, 나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것 또한.”

“왜 쳐맞고나서 깨달은 듯 말하는데.”

“그런 의미로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을 일깨워준 너에게 감사한다.”

“감사하지 마!”


강우빈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깡패해적은 한 번 패배한다면 승리한 자에게 자신의 직책을 물려줘야하는 것이 규칙이다. 나도 이제 은퇴할 때가 된 것 같군. 자, 이걸 받아라. 나의 깡패해적의 증표다. 이걸 받으면 이제 네가 새로운 깡패해적이 되는 것이다.”


그는 강우빈이 건넨 깡패해적의 증표를 손으로 집었다.

강우빈이 건넨 그것이 플러그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는 허겁지겁 주머니에 챙겼다.

그가 받은 것은 플러그인 [분노의 펀치]였다. 강우빈의 애환이 담겨있는.

깡패해적의 계승식은 구세대 깡패해적이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것을 차세대 깡패해적에게 여기는 것으로 진행된다.

즉, 그가 강우빈의 증표를 받았다는 것은 그가 곧 차세대 깡패해적이 될 것임을 의미했다.


“후후… 이제 너도 어엿한 깡패해적이다. 앞으로 이 우주선을 잘 이끌어라.”

“싫은데?”

“엑?!”

강우빈은 예상치 못한 답변에 성격에 맞지 않는 괴상한 소리를 냈다.


“아니, 너는 깡패해적이 되기 위해 나에게 도전을…”

“너 체포하러 온건데.”

“그럼 수갑은 왜…?”

“바보냐. 감옥으로 끌고갈거니까 그렇지.”

“그럼 내 이야기는 왜 들어준…”

“네가 혼자 신나서 떠들었잖아.”

"......"

“뭐, 이제 싸우기 싫다고 자유롭게 떠나도 될 줄 알았어? 죄를 저지른 넌 지옥에서 평생 썩어야 해.”


강우빈의 수그러들었던 분노가 다시 차올라 폭발했다.


“죽이겠다 네놈!!!”

“넌 절대 못 죽이거든.”



***



강우빈과 실랑이를 벌이는 그를, 크루원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어.’

찬란하게 빛나는 그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에는 점점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