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의 초고입니다.
따라서,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의 설정 및 전개 방식에 있어 상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은하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를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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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해적과의 전투가 끝났다.
이번 전투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윤세아는 바바나 행성에 내가(지구인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구인에게 통하는 각종 수면 가스들을 자신의 우주해적선에 잔뜩 깔아놓고 나를 납치했다고 한다.
딱히 이에 대해 손 쓸 방법이 없었던지라, 이번 전투에서 나는 시즌아웃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결국 크루원들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라, 너희들 너무 약한거 아냐~? 그래서 나에게서 지구인을 빼앗을 수 있겠어~?”
크루원들이 손쉽게 윤세아에게 당해버렸다.
여태까지 거쳐온 2번의 우주해적과의 전투에서 그들은 사실상 어떤 활약도 하지 못했다. 내가 그들이 싸우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이전의 두 전투에서는 그들이 오히려 나의 발목을 잡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들이 전투에 나서는 것을 최대한 막았었다.
하지만, 이번 전투에서는 크루원들이 활약을 했어야 했다. 우주해적을 무찌르고, 나를 구해냈어야 했다.
크루원들은 우주해적과 싸워본 경험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크루원들이 우주해적을 이기도록 훈련시키지 못한다면, 나는 수집해적의 손에서 평생 갇혀지낼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세이브 포인트(죽음 이후 귀환 시점)는 윤세아에게 잡힌 시점이 아닌, 바바나 행성에 도착해 쮸 구이를 구매하던 시점이었다.
만약 세이브 포인트가 윤세아에게 잡힌 시점에 고정되어 있었다면, 영원히 방에 갇혀사는 고통을 맛봐야했을 것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크루원들의 훈련기간을 2주정도로 넉넉히 잡아 두 번째 시도만에 잡아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던 나는……
"안녕, 지구인~"
"안녕 못해, 시발."
하루가 지나자마자 윤세아에 의해 강제로 우주해적선으로 끌려오게 되었다.
'아니, 이렇게 먼 거리에서 거대 포탈로 납치를 한다고? 미친거 아냐?'
결국 크루원들의 훈련기간은 1일로 강제되어졌고, 그동안 최대한 크루원들이 윤세아를 이길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그렇게 한 8번정도 시도하고나서야, 드디어 빌어먹을 수집해적을 포획하는 데에 성공했다.
수갑에 묶인 채 우주방위군에게 붙잡힌 윤세아를 나는 지긋이 바라보았다.
확인해야 할 것이 아직 남아있었으므로.
"전에도 물어봤었지만 혹시나 해서 또 물어볼게."
"응~! 어떤 질문이든 환영이야~!"
"지구를 네가 파괴한 건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세아는 수집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걸~"
"지구를 파괴한 누군가에 대해 뭔가 아는 건 없고?"
"없어~ 세아는 지구가 파괴되었다는 소식만 들었고, 너의 소식도 마찬가지로 최근에 들었거든~"
"그럼 됐어."
수집해적도 내가 찾고있는 지구를 파괴한 우주해적은 아니었다. 그녀는 오로지 무언가를 수집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강우빈도 전에 비슷한 말을 했었다.
'지구? 난 오로지 결투에만 집중한다! 그런 듣도보도 못한 행성 따윈 관심 없어! 그러니까 어서 깡패해적의 직책을……'
의외로 여기저기 행성을 마구잡이로 터트리고 다닐 것 같았던 우주해적들은 생각보단 얌전한 편이었다. 고물 부수고, 링에서 싸우고, 수집품 모으고.
"세아랑 같이 살자~ 지구인~~"
턱을 손으로 괴고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있는 와중에, 내 귀로 자꾸 윤세아가 애원해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혼자가 좋아."
"인간관계에 데인거야? 세아도 그랬었으니까 같이 위로해줄 수 있는데~"
"아니 그냥 너가 싫다고! 꺼져!"
하도 같은 방에 있다보니 폐쇄공포증이 생길 지경이었다. 아무리 윤세아가 나를 편하게 해준다고는 해도 빼앗긴 자유 안에서 내가 편안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럼, 지구인.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있어."
"아, 죽여달라고? 그거라면 기꺼이."
"이걸 받아줘."
윤세아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한 채,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냈다.
"세아의 부적이야~ 지구인을 내가 가지지는 못했지만, 지구인은 꼭 세아를 가져줬으면 해~"
나는 두 손가락으로 조심히 윤세아가 건넨 물건을 받았다.
헥사곤 모양으로 이루어진 칩, 무기에 부착할 수 있는 플러그인이었다.
===
[행운의 캐피부적]
이 플러그인을 지니면 캐피를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미신이 존재하는 플러그인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그분들도 세아를 봐주실거야.’
<수집해적의 기억>
===
총에 장착해봤자 아무런 효과도 없는, 그냥 단순한 미신이 깃든 플러그인이었다.
내가 부적을 손에 쥐고있는 것을 보고, 윤세아가 터질듯한 얼굴로 기뻐했다.
"세아를 수집해줘서 고마워, 지구인~! 이걸로 지구인과 세아는 함께야!"
……물론 전투에 하등 아무런 쓸모도 없는 플러그인 따위는 필요 없다.
이건 나중에 갤럭시 캐피탈로 돌아가면 당O마켓 같은 데에 싸게 팔아먹을 예정이다. 5,000캐피정도는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슬슬 우주해적을 이송할 시간이 되자, 우주 방위군이 윤세아를 끌고 우주선으로 향했다.
우주 방위군에게 끌려가면서도, 윤세아는 나에게 웃음을 내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나도 인사를 안받아주긴 뭐하니 손을 흔들며 윤세아를 배웅해줬다.
윤세아는 내가 인사를 받아준 것으로 해석한 모양인지 터질 듯한 얼굴로 기뻐했다.
내가 흔들었던 손에 펴져있던 것은 가운데 손가락 뿐이었다.
***
"......수학여행을 떠난 여러분이 또 다시 이런 희소식을 들고 올 줄은 몰랐습니다. 은하고 개교이래 이런 크루는 처음이군요."
"헹…! 이제 누가 엘리트반이지?!"
"이렇게 졸업에 또 한 걸음 나아갔네요."
바바나 행성의 수학여행을 마치고 은하고 크루 교실에 돌아온 우리에게 곽재형 선생님의 칭찬세례가 이어졌다.
"좋아요, 다음 우주해적의 정보가 있나요?"
선창이 바로 자신의 날개를 들어올리며 곽재형 선생님에게 질문했다.
"네, 이번에는 악명높은 마그넷 해적의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오, 그 마그넷 해적은 어디에 있죠?"
"현재 바바나 행성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바바나 행성이요?"
나는 기가 차서 무심코 말을 내뱉었다.
아직 제대로 된 수학여행도 즐겨보지도 못하고 우주해적들과 두근두근 미연시만 해대는 꼴이었다.
"마그넷 해적이라면, 들어본 적 있어요. 제 고향 행성의 이웃 행성인 루카 행성이 마그넷 해적에 의해 종말을 맞았거든요."
"뭐?? 그럼 바바나 행성도 위험하다는 거잖아!"
"어서 바바멘토님에게 알리러 가자!"
쉴 새도 없이 다음 해적과의 전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귀찮은 놈과의 전투도,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 꼴찌반! 재결투다!"
교실에서 나오자, 우리들을 향해 내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에 나와 싸웠던 엘리트반 조연빈의 것이었다.
"오랜만이다, 조바O든."
"조바O든은 또 누구냐! 나는 조연빈이다!"
"그래, 조연빈이. 무슨 볼일이야?"
"아까의 말 못들었나? 재결투를 신청한다!"
엘리트반 조연빈이, 싸움을 걸어왔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우리 팀 은마루를 소환했다.
"가라! 은마루! 나 대신 싸워줘!"
"뭐?! 장난하는거냐? 잔챙이는 필요없다! 난 오로지 네녀석만 이기면 된다!"
실패했다.
조연빈은 자신의 아공간 포탈을 소환해 또 다시 자신의 아공간으로 나를 끌어들였다.
“이번에야말로! 엘리트반의 저력을 보여주마!”
조연빈은 내가 공간에 입성하자마자 자신의 주머니에서 네 개의 공을 꺼냈다.
자세히 보니 공이 아니었다. 레이저를 발사할 수 있는 기계로 된 구체였다.
조연빈이 꺼낸 구체들이 일제히 작동하며, 조연빈의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이번에야말로 엘리트반으로서, 너를 짓밟아주지. 이번에는 쉽지 않을거다."
"쉬울 것 같은데? 전보다 총알 2발이 늘었을 뿐이잖아."
3초 후, 내가 내뱉었던 말을 후회했다.
"우와아아아아악!!!!"
이번에 조연빈이 가지고온 무기는, 전의 [더블건]과는 차원이 다른 무기였다.
네 개의 구체가 허공에서 나를 향해 일제히 레이저 탄환을 쏘았다.
레이저 탄환 4발을 피하는 데에 딱히 어려움은 없을테지만, 저 무기는 엄청난 속도로 탄환을 쏴대고 있다.
즉, 나에게 날아오는 탄환은 고작 4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구체 하나당 1초에 2발, 구체는 총 4개이므로 1초에 8발. 10초에 80발의 탄환을 피해야한다.
탄막슈팅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탄환이 무자비하게 나를 향해 쏟아져내렸고, 나는 날아오는 탄환들을 들고있던 [스나이퍼건]으로 애써 막아내며 아공간에서 [레이저건]을 꺼냈다.
[레이저건]을 꺼내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탄환을 피할 필요는 없다. 전부 제거해버리면 되니까.
지이이이잉-!!
[레이저건]이 작동하며 초록빛 레이저를 뿜어냈고, 레이저를 조준하여 날아오는 탄환을 전부 상쇄시켰다.
그 어떤 탄환도, 초고열의 레이저를 뚫기에는 무리다.
"그렇다면, 더 많이…!!"
내가 [레이저건]으로 날아온 탄환을 전부 막아내자, 조연빈이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꽉 쥐었다.
조연빈이 손에 힘을 꽉 주는 것을 트리거로, 네 개의 구체들이 조연빈의 주변을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거대 회오리를 마주하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빠르게 회전하는 구체들이 거대한 돌풍을 일으켰고, 이내 파란 섬광이 일며 엄청난 양의 탄환을 뿜어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이에 나는 [레이저건]을 대검처럼 들고, 사방에 흩뿌려지는 파란 레이저 탄환들에 대응해 빠르게 휘둘렀다.
지잉-! 지잉-! 지잉-! 지잉-! 지잉-! 지잉-! 지잉-! 지잉-! 지잉-! 지잉-! 지잉-!
[레이저건]을 휘둘러 날아오는 탄환들을 빠른 속도로 베어버리면서, 천천히 조연빈이 있는 방향을 향해 전진했다.
단 일 초의 멈춤도 허용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레이저건]을 휘두른다. 날아오는 탄환을 베어낸다. 잡념을 제거하고, 눈앞의 목표에만 집중한다.
위이이잉…
그렇게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와중에, 조연빈의 무기 속도가 점점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
내 [레이저건]의 작동 시간이 끝나는 것보다, 조연빈의 무기의 작동 시간이 끝나는 것이 더 빨랐던 것이다.
무기가 재장전 시퀀스에 돌입해 회전을 멈추자 당황한 조연빈을 향해 잽싸게 [스나이퍼건]을 꺼내들어 녀석의 머리에 조준했다.
또 다시, 이겼다.
엘리트반에게서.
***
"저 자식, 또 무기 던지고갔네."
이번 승부도 나의 승리로 끝나자 분한지, 조연빈은 전처럼 또 자신의 무기를 바닥에 강하게 곤두박질치고는 자리를 떠났다.
저번처럼 실컷 놀려줄까 했더니, 이번에는 놀리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표정이라 그러진 않았다.
아무튼 조연빈이 바닥에 버리고 간 총에 [허리케인건]이라는 멋진 이름을 달아주고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이번에 손에 넣은 [허리케인건]의 능력은 이후에 있을 전투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바바나 행성으로 향하려던 찰나에, 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언더시티의 건스미스, 양양궁이었다.
"야! 도대체 뭘 하길래 전화불가 구역에 있다고 뜨냐?!"
"제가 우주해적에게 납치를 당해서…"
"아 그래서 전화가 안 걸리던 거였냐?"
"네."
"아무튼, 네 무기들의 숙련도가 전부 가득차서 도 다시 무기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게 됐어. 당연히 할거지?"
“네, 부탁드립니다.”
무기 업그레이드 비용을 지불하고, 슬슬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에 양양궁이 말을 하나 덧붙였다.
"아 맞다, 그리고 네가 이번에 새로 얻은 네 개의 구체로 된 총 있지."
이번에 조연빈이 결투에서 사용했던 [허리케인건]을 말하는 듯 했다.
"그거 고장났다. 못 써."
"네?"
"그 총이 원래 강력한 외부충격에 약한 편이라, 살짝 충격을 주기만 해도 금방 고장나거든. 뭐 바닥에 던지기라도 했어?"
"바닥에 던져…?"
양양궁의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것은, 조연빈이 [허리케인건]을 강하게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장면 뿐이었다.
[허리케인건]을 정말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방법을 구상하고 있던 내게 정말 청천벽력의 소식이었다.
***
"그래서 이제 뭘 하면 된다고…?"
"시추시설의 바바메카닉씨의 지질활동 데이터를 연구원 론다씨에게 가져다드려서 얻은 데이터를 한재형 정비사님께 드려서 좌표계를 추정해야 하는 상황이야."
"학생들에게 심부름이나 시키는 나쁜 어른들 진짜~!"
"까라면 까야지 뭐…"
현재 상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금 우리는 마그넷 해적의 좌표계를 얻으러 동문서주(東奔西走)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이제 한도형 정비사가 좌표계를 분석만 하면 이 지긋지긋한 심부름들도 끝이었다.
"자료를 추출하는 동안 잠시 제 일을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니었다.
하나 더 있었다.
"이게 은하계 연방의원 최시라님의 귀중품인데, 정거장에 흘리고 가셨더라고요. 메가시티에 투숙중이라고 하시니, 호텔리어분에게 갖다주기만 해주세요."
"갖다주기만 하면 되는거죠?"
"네. 부탁드려요, 은하고 학생분들."
우리들은 빠른 속도로 메가시티의 호텔까지 전력질주해 호텔리어를 찾았다.
"네, 최시라 의원님께 가져다드리겠습니다. ㄱ..."
우리는 빠르게 귀중품을 건네주고선 호텔리어의 '감사합니다'의 ㄱ까지만 듣고 헐레벌떡 정비장을 향해 달려갔다.
"다녀왔습니다! 우주해적의 좌표계는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오셨네요… 혹시 30분만 더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
"NOOOOOOO!!!!"
***
"YES, 이제 우리들의 사랑이 조금 더 격렬해졌다구."
"아잉, 그런 로맨틱한 발언하면 부끄럽잖아 선우자기야."
"에이, 우리 보영자기를 향한 나의 사랑은 그 어떤 문장으로도 표현할 수 없어…♥︎"
"어머♥︎"
"어머? 우리들은 땀 뻘뻘 흘리면서 개고생 하고왔는데, 어머?"
긴 심부름을 끝마치고 마주하는 우주해적들이 저런 염장질을 해대고 있으니, 도저히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뭐야, 저 울롱 닮은 것들은?"
"흐응, 우리들의 사랑으로 가득 찬 공간에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인데."
"너네 시발 진짜 울롱이 뭔지 보여줘?"
나는 아공간에서 [스나이퍼건]을 꺼내 녀석들을 향해 조준했다.
그러자 마그넷해적 안보영과 연선우가 자신들의 주변으로 거센 전기 자기장을 내뿜며, 우리들을 향한 강한 적대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질세라, 크루원들도 아공간에서 각자의 무기를 꺼내며 마그넷해적을 향해 으르렁댔다.
"너넨 진짜 뒤졌다. 어른들에게 실컷 이용당한 아이들의 고통을 맛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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